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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中, 3각 라이벌 구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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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中, 3각 라이벌 구도 부활

입력
200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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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절 미국과 소련 및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던 '3각 라이벌 구도'가 다시 부활하는가.지난 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추진 선언은 러시아에 새롭게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협력해달라는 암묵적 제안이며, 이는 냉전시절 3국간 역학 관계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체결한 것은 서로를 상대방의 핵 미사일 공격에 노출시킴으로써 억지력을 확보, 핵전쟁을 막는 것이 표면적인 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양국은 중국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의 수도와 주요 전략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의 배치는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중국의 핵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했다.

3각 라이벌 구도가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은 부시 행정부의 MD 구상 밑바탕에 ABM 협정 체결 당시와 유사하게,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6일자에서 부시 대통령이 MD구축 선언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의 구상에 협력해달라는 제안을 한 반면, 중국측에는 이 같은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개연성을 주장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에 MD 체제 구축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자는 대가를 제의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MD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MD의 목표가 될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군수산업계가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의 '깡패 국가들'과의 활발한 외교적 접촉을 과시하면서도, 유럽공동미사일방어망 구상을 제안하는 등 양다리 외교를 벌이는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미국의 구애작전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7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향후 20년간 양국관계의 기본 방향을 결정지을 신조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일단 중국과의 우호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무기 판매 등 실리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오히려 무기 판매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소브레메니급 첨단 구축함 2척 이상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도 이 같은 어부지리(漁夫之利)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것을 러시아가 방관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핵 미사일이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겨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3대 강국의 역학관계는 부시 대통령이 앞으로 MD 대표단을 파견해 벌이는 설득작업과 양국 정상회담 등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분명하게 '속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들 3국이 앞으로 국익을 최대로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사안별로 협력과 대결과 견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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