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사이버 시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보도(본보 5일자 23면)가 나가자 또 한차례 경찰의 사이버 시위가 벌어졌다.한국일보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이고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의 퇴진을 주장하다 경찰의 사이버 시위 표적이 됐던 정대철(鄭大哲) 의원의 홈페이지도 대부분 경찰이 올린 글로 가득차버렸다.
"까불면 죽는다" "너는 짤린다, 후회할꺼야" "경찰의 비수 2호" 등 노골적인 협박문에서부터 "개혁의 돛을 높이 올리고 선장의 힘찬 구령에 따라 열심히 가고 있는 경찰의 모습에 설마 질투가 나는 것은 아니겠지요"라는 자화자찬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참다 못한 한 네티즌은 "기사의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무조건 비난만 하고 있다"며 "경찰관은 이무영(李茂永) 청장 개인에게서 녹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직과 수장을 보호하려는 집단 항의는 오히려 경찰 내부의 비민주성과 '사병화'를 스스로 내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인 것이다.
일부 경찰관들은 그동안 "청장의 지휘 아래 경찰 개혁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 총수에게 맹목적 충성을 보이면서 총수의 퇴진을 거론하거나 경찰의 최근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사나 글에 무차별적인 사이버 보복을 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 개혁의 수혜자와 평가자는 경찰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경찰을 불신하고 개혁을 요구해온 시민들이 경찰개혁의 성과를 인정하고 칭찬할 때까지 겸허하게 참고 노력하는 초심을 잃어버리고서야 제대로 된 개혁이 될리 만무하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우리가 뭐가 문제냐"는 경찰의 글보다는, "경찰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시민들의 격려글이 많이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강 훈 사회부 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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