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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중력렌즈 - 한국과학자들이 연구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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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중력렌즈 - 한국과학자들이 연구 이끈다

입력
200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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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 년 간 외계에서도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태양과 지구가 유일하리라는 믿음이 깨진 것은 더 오래 전 일이다.다만 행성은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측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관측을 가능케 한 방법 중 하나가 '미시(微視) 중력 렌즈'다.

중력을 가진 천체가 렌즈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최근 10년 새 천문학계의 관심분야로 부상한 미시중력렌즈 연구에는 국내 과학자들이 선두 그룹에 속해 더욱 관심을 끈다.

충북대 한정호(37ㆍ물리학과) 교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09년 발사할 우주간섭계(Space Interferometry MissionㆍSIM) 위성이 중력렌즈 관측연구를 수행하도록 발기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다.

국내 과학자가 NASA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 직경 30㎝짜리 망원경 2개를 10m 간격으로 배열한 SIM 위성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만 배나 해상도가 높다.

계획대로라면 2009년부터 수명이 다할 때까지 5~7년간 장기프로젝트로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관측하게 된다.

한 교수는 이른바 손꼽히는 미시중력렌즈 이론가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1년을 마치고 군복무 후 도미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석사 1년차(95년)때 이미 중력렌즈현상의 검출빈도를 산정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한-굴드 모델'(한 교수와 공동연구자의 이름을 딴 것)은 표준모델로 정착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60여 회가 인용됐는데 천문학계 톱 저널의 피인용도가 연 2.5회 정도에 불과한 것을 보면 엄청난 파급효과다.

한 교수는 석ㆍ박사과정을 단 3년에, 오하이오주립대 천문학과 사상 최단기로 졸업했다. 1997년부터 충북대에 재직하면서 세계적으로 2개의 미시중력렌즈 관측그룹 중 하나인 MPS팀에 참여하고 있다.

한 교수보다 먼저 미시중력렌즈의 가능성을 처음 규명한 사람도 한국인 과학자였다.

1979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박사학위 논문을 실은 청주대 물리학과 장경애 교수다.

당시 지도교수의 이름을 함께 붙여 '장-렙스달 렌즈'를 제시한 이 논문을 주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박사 논문" 이라고 부른다.

1919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이 렌즈처럼 빛을 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한 뒤 별 하나의 미시규모에서도 이 현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규명한 이론적 모태다. 1980년대 중반 귀국한 장 교수는 한 교수, 렙스달 교수와 공동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재미 과학자 중에서도 독보적인 인물이 있다. 1999년 쌍성 주변을 도는 행성을 발견해 NASA가 선정한 10대 과학성과 중 하나로 꼽힌 이선홍(미 노틀담대) 교수다.

그가 남편 데이비드 베네트 교수와 함께 외계 행성계를 발견한 것도 바로 미시중력렌즈를 이용한 것이다.

그는 MPS팀을 이끌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천문학 연구 분야를 한국의 과학자들이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미시중력렌즈 연구

우리 우주의 천체는 인공의 망원경 렌즈보다 더 뛰어난 렌즈 역할을 한다. 천체의 중력이 별빛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실제 위치와 다르게 보이거나, 또는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등 변화를 관측할 수 있다.

중력이 빛을 끌어당기는 것은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과는 다르다. 빛은 질량이 없어 중력작용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력은 시ㆍ공간을 휘게 만듬으로써 빛이 휘게 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말한 것이다. 사실상 상대성이론을 규명해 아인슈타인을 '세계적 천재'로 부상시킨 것이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에딩턴이 개기일식 때 태양 옆을 지나는 별빛이 휘는 것을 관측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중력을 가진 블랙홀, 은하들이 밀집한 은하단 등이 렌즈 역할을 해 실제 모습과 다른 상을 보여준다. 흔히 거시중력렌즈 현상이라 부른다.

1990년대 이후에야 관측되기 시작한 미시중력렌즈 현상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별이 렌즈 역할을 하는 것.

거시중력렌즈와 비교하면 중력이 미미해 정밀한 관측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 렌즈와 렌즈 뒤 별이 움직이면서 별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것을 시간대별로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계 관측자들이 네트워킹을 갖춰야 한다.

검색을 벌이는 4개의 검색팀(MACHO, EROS, OGLE, MOA)이 미시중력렌즈 현상을 발견하면 즉각 인터넷으로 알려 2개 후속관측팀(PLANET, MPS)이 정밀 추적에 들어간다.

주 대상은 별이 밀집한 우리 은하 중심부와 마젤란성운이다.

미시중력렌즈는 '보이지 않는 천체'를 검출하는 새로운 도구다. 천문학자들은 오래도록, 보이지 않지만 우주 질량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의 정체를 탐색해 왔는데 중력렌즈는 지금까지 고안된 어떤 도구보다 우수하다.

블랙홀, 갈색 왜성 등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별 밝기 변화의 특이한 패턴을 분석하면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가 쌍성이냐, 행성계냐 등을 알 수 있다.

한정호 교수가 내놓는 일련의 논문들이 바로 어떤 천체가 어떤 관측 변이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이론 작업이다.

100만 개 별 중 하나 꼴로 관측되는 미시중력렌즈는 10년 간 1,000여 건이 검출됐고 외계 행성계 발굴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 별의 구조와 표면을 연구하는 데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자들은 미시중력렌즈가 우주의 신비를 규명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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