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지역의 구제역(口蹄疫) 광우병 파동으로 국내 피혁(皮革)시장이 황폐화 위기에 처했다.정부의 유럽산 가죽 수입 금지조치에다 세계적인 수급난이 가중되면서 수입 가죽 원단 가격이 폭등, 피혁 업체들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정부가 방역 문제상 당분간 유럽산 가죽류 수입제한 조치를 풀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추동제품 생산이 본격화하는 6월에는 '가죽 대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6일 피혁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5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미국 헤비텍사스피(皮) 가격이 최근 국내 원피시장에서는 80달러대로 60%가량 치솟았고 고급 가죽 제품에 사용되는 이탈리아산 가죽 수입 가격도 50%이상 급등했다.
대형 제화 업계는 그나마도 고급 가죽 원단을 구하기 어려워 초비상이 걸린 상태.
이에 따라 제화 가방 가구 등 가죽 완제품 공장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성수동 일대와 경기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가죽공단'에는 공장 가동을 포기하는 업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피혁업체인 마포구 합정동 B사 김시곤(金時坤ㆍ50)사장은 "가공 피혁류 가격이 한달사이 평당(사방 28cm) 3,500원에서 4,500원대로 30%가량 올랐으나 경기 불황으로 완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여의치 않다"며 "금융기관 자금지원 마저 안되면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가죽 산업은 원단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 연말까지 국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피혁 업계는 물론이고 화학, 유통 등 관련 업계의 연쇄 부도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국신발피혁연구소 양승훈(梁承勳ㆍ31) 연구원은 "국내 사육 한우마저 감소, 눈앞에 닥친 '가죽 대란'에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한우 사육수는 지난해 220만두에서 올해 140만두로 급감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시장논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당장은 정부 차원의 뾰족한 대응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혁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가죽제품은 수출규모가 13억 6,000만달러(약14조원)에 이를 만큼 수출에 효자 노릇을 해왔다"며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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