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수돗물에서 소아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서울대 김상종(金相鍾ㆍ생명화학) 교수는 6일 "1997년 7월부터 1년여 동안 서울 부산 인천 등 3개 대도시지역 11곳에서 23차례에 걸쳐 수돗물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소아마비 백신에서 발견되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가 서울과 부산에서 9차례나 검출됐다"고 밝혔다.
수돗물에서 뇌수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엔테로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은 환경당국과 학자들에 의해 수차례 확인됐지만, 폴리오바이러스 검출 사실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담은 김 교수의 논문은 세계 각국 물관련 학회의 모임인 '국제물협회'(International Water Association)가 발행하는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7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10차례의 반복실험 결과 4차례나 폴리오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김 교수는 "수돗물에서 소아마비 백신용 폴리오바이러스가 수차례 검출된 것은 정수처리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단 한차례 시료 분석에 그친 인천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검출된 폴리오바이러스는 독성을 약화시킨 백신용이지만,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이환종ㆍ李煥鍾) 교수는 "소아의 대변을 통해 흘러나온 백신용 폴리오바이러스가 하수에서 발견된 사례는 많지만 수돗물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백신용이더라도 인체 내에서 폴리오바이러스가 자연상태의 독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통한 소아마비 유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백신 투여시에도 100만명 중의 1명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조사연구는 정부가 인정하는 총세포배양법과 미국 환경청이 권고하는 유전자검색법을 병행해 실시했다고 밝히고, 정부와 서울시 등에 폴리오바이러스 확인을 위한 공동연구도 제안했다.
■폴리오바이러스
소아마비의 병원체가 되는 바이러스. 바이러스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다. 독성(마비력)에 따라 Ⅰ,Ⅱ,Ⅲ형으로 나뉘어지며,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PV1로 마비력이 비교적 강한 Ⅰ형 에 속한다.
주로 침을 통해 감염되며, 약이나 세균 등이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감염시키기도 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