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25ㆍ삼성증권)이 한국테니스 역사를 또 한번 새로 썼다. 세계랭킹 81위 이형택은 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웨스트사이드 테니스클럽에서 열린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 2001 US클레이코트챔피언십(총상금 35만달러) 준결승전서 세계랭킹 73위 마이클 타바라(22ㆍ체코)에 2_1(4_6 6_2 6_1)로 역전승, 결승에 진출했다.지난해 은퇴한 박성희(27ㆍ이화여대)와 이형택이 투어 4강에 오른 적은 있지만 결승행은 사상 최초다. 이형택은 7일 오전 3시 '10대 돌풍의 주역' 앤디 로딕(18ㆍ미국)과 우승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로딕도 4강전서 제롬 골마드(28ㆍ프랑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상금 2만7,000달러와 랭킹포인트 120점을 확보한 이형택은 세계랭킹 6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다.
1세트. 게임스코어 2_2에서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페이스를 잃은 이형택은 아쉽게 첫 세트를 놓쳤다. 2세트부터 몸을 추스리고 반격에 나선 이형택은 폭풍처럼 상대코트를 유린했다. 백핸드 슬라이스를 섞어가며 상대방을 많이 움직이게 만든 작전이 주효했다.
게임스코어 1_2로 뒤지고 있다가 내리 5게임을 따내며 2세트를 가져간 이형택은 3세트도 단 1게임만 내주며 일방적으로 끌고 갔다. 이형택은 "클레이코트에 적응, 컨디션이 최고다. 우승까지 노려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준결승전은 7일 오후8시 스타스포츠를 통해 녹화 중계된다.
■결승진출 의미
국제테니스대회는 상금에 따라 '퓨처스(1만이하)_챌린저(2만5,000이상)_투어(30만이상)_마스터스시리즈(100만달러이 상)_메이저대회' 등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이 중 세계랭킹 100위권 안팎의 스타플레이어들만 참가하는 투어대회 결승진출은 '월드스타'로 도약할 기회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US 클레이코트챔피언십은 1910년부터 시작, US오픈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대회다. 앤드리 애거시(31ㆍ미국) 등 최상위랭커들은 불참했지만 세계랭킹 15위 잰 마이클 갬블(24)과 '떠오르는 스타' 앤디 로딕(18ㆍ이상 미국) 앤드루 일리(25ㆍ호주) 등이 총출동, 'A급 대회' 못지않다.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곳과 같은 레드클레이코트에서 이룬 결승진출도 의미가 크다. 주원홍 국가대표 감독은 "체력부담이 큰 클레이코트대회 결승에 진출한 것은 뜻밖이다. 국내에 적응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데도 선전해 더 감격스럽다"라고 흥분했다.
클레이코트 대회는 그동안 남미나 유럽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이형택은 99 팔마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스페인의 알베르토 포르타스를 꺾고 남자단식 금메달을 딴 것을 빼고는 줄곧 '클레이코트징크스'에 시달려왔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하드, 잔디, 클레이코트에 모두 적응할 수 있는 전천후선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형택은 이로써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에서 호성적을 거둘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정원수기자
■외신 반응
"그는 예측 불가능한 선수다. 또 믿을 수 없을 만큼 빼어난 샷을 갖고 있다." 2번시드를 받고 이번 대회 우승을 노렸지만 8강전에서 이형택에게 덜미를 잡힌 앤드루 일리(25ㆍ호주)가 경기 후 한 말이다. 출전선수들뿐 아니라 6,000여 팬도 '동양특급' 이형택에게 매료됐다. 준결승전이 진행되는 동안 관중석 곳곳에서 "컴온 리(Come on, Lee)"라는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또 주관방송사 폭스 TV 해설자는 이봉주 등 한국인스포츠 스타를 열거한 뒤 "이형택은 한국에서 마이클 조던 만큼 인기있는 스타"라고 비유, 눈길을 끌었다. AP통신은 이형택을 "한국인 첫 투어 결승진출자로 클레이코트에서 4연승을 거두고 있다"고 지난해 US오픈 16강 진출 소식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이형택 인터뷰
전날 체력소모가 많았던 탓에 어려운 경기를 펼친 이형택은 역전승을 일궈낸 뒤 결승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다음은 전화인터뷰 내용.
_한국인 최초로 투어대회 결승에 오른 소감은.
"너무 기쁘다. 지난해 US오픈과 삼성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올해 초반 성적이 안 좋아 힘들었다. 결승에 오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_클레이코트에서 성적이 많이 좋아졌는데.
"지난주 애틀랜타 베리존챌린지 8강 이후 자신감을 얻었다. 특별히 클레이코트여서가 아니라 자신감이 생겨 좋아지고 있다."
-컨디션은 어떤가.
"빽빽한 일정으로 허벅지 근육이 자주 뭉쳐 마사지를 받고 있다. 배운다는 자세로 매 대회에 임하고 있다."
_결승전 전망은.
"왼손잡이인 골마르가 랭킹은 높지만 로딕이 더 까다로운 상대다. 로딕은 18세인데 최근 샘프러스를 꺾을 만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내가 경험에서 앞서 해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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