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유럽 예술가들은 아프리카 조각을 충격 속에 재발견했고, 그 충격을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로 삼았다.아프리카 미술에 심취한 피카소는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원시 미술의 이미지를 녹여냈다. 야수파도 그림에 이웃 대륙 조각의 풍부한 양감을 접목시켰다.
아프리카 조각의 위대한 예술성은 지금 '쇼나'조각에 이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쇼나 조각이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9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02- 737-7650)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쇼나 현대조각전'은 유럽과 미국 미술계가 극찬한 쇼나 조각을 직접 보여준다. 쇼나는 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의 대표적인 부족 이름이다.
전시되는 쇼나 조각은 1950년대 말 세워진 짐바브웨의 조각 공동체 '텡게넨게'에서 처음 조직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짐바브웨 초대 국립미술관장을 지낸 프랭크 매퀸이 쇼나 부족 전통의 조각에 서양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아프리카적이면서도 현대적인'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200여가지 이상의 색깔이 들어있는 사문석이나, 밝은 녹색의 비누석 등 짐바브웨 산 돌을 정과 망치로만 쪼아 만든 쇼나 조각은 1960년대 초부터 외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쇼나 조각에 대한 각국의 평가는 대단하다. 1960년대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현대미술관, 파리 로댕 미술관 등 세계적인 미술관이 연이어 전시회를 가졌고 언론도 찬사를 보냈다.
"세계를 이끄는 10명의 조각가를 꼽아본다면 아마 5명은 쇼나 부족 출신일 것이다."(1983년 영국 '선데이 텔레그라프'지)
이번 전시회에는 버나드 마테메라, 파니자니 아쿠다, 안토니 마쿠리로파 등 작가 100여 명의 작품 150점이 소개된다.
하나의 돌에서 어떻게 거칠고 매끈한 질감이 동시에 분출될 수 있을지 놀라울 정도로 표현력이 풍부하다.
형태도 흥미롭다. 대부분이 인물상이지만 손과 발만 남겨둔 채 신체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등 반추상, 완전추상에 가까운 작품이 많다.
이중섭의 아이들 그림이나 서양 입체파 조각이 연상되는 작품도 상당수다.
이원일 성곡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쇼나 조각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전문 수집가일 정도로 1960년대 이후 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가 아프리카 현대 조각의 주소를 새롭게 일깨워 주는 동시에 국내 작가에게도 자극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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