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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IA 개입설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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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IA 개입설 주목한다

입력
200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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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 김정남의 일본 밀입국 사건이 미국 CIA의 정보 제공 등 공작으로 불거졌다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근거 없는 음모설로 치부하기에는 여러 정황이 구체적이고 설득력 마저 있다. 사실 여부는 어차피 확인되지 않겠지만, 언론이 정면으로 다루기에 부적절 하다고 외면하기 어렵다.

공작설이 사실이라면, 이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과정의 장래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북한 지도자의 체면과 평판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도 당혹감을 안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한국과 중국 등 주변 이해 관련국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런 사건을 미국 정보기관이 유발했다면, 그 의도를 마땅히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북한은 역시 몰상식한 집단'이라고 고개를 내젓고 마는 것은, 우리의 중대한 이해를 망각한 것이다.

일본이 김씨 체포를 꺼렸으나 미국의 압박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풀이는 특히 의미심장하다.

일본은 과거에도 북한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인물이 일본에 해로울 게 없는 은밀한 견문 여행을 하는 것을 묵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런 사실은 미국 측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이번 밀입국을 일본이 공개적으로 문제삼아 수교교섭을 진행중인 북한을 자극하는 부담을 무릅쓰도록 강요했다면, 그 의도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평판을 손상시키는 차원을 넘어, 북한과 주변국 관계에 여러 수단으로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북한 지도자에게 던진 경고 메시지는 강력하다고 하겠다. 권력 후계자의 해외 행적을 소상히 추적하는 미국의 정보력은 분명 위협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공작이 북한 지도층의 행태를 바로 잡는데 도움되기 보다는, 한반도 평화 노력을 저해할 것을 우려한다.

이 사건이 한반도 평화 중재를 위한 유럽연합 대표단의 남북한 방문과 겹친 사실은 우려를 더하게 한다.

미국이 우리와 주변국의 이해는 물론이고 국제 사회의 한반도 평화지원 노력조차 돌보지 않은 채, 독자적 행보를 계속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부시 행정부가 일방적인 강경 외교노선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을 돌아 보기를 거듭 촉구한다.

국제 환경협약 탈퇴와 미사일방어체제 강행 등 무리한 독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발이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 축출로 나타난 현실을 교훈 삼기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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