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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병에 걸린 아이들 / (1)저마다 연예인 꿈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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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병에 걸린 아이들 / (1)저마다 연예인 꿈꿈

입력
200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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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연예열병이 심각하다. 어느 사회에서나 연예인은 대체로 청소년층의 지지를 받게 마련이지만,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연예계 경도현상은 지나치다.사회구성이나 기능상 극소수 특수집단일 수 밖에 없는 연예인이 청소년들의 압도적인 선호직업이 돼있고, 청소년들의 의식과 생활이 연예문화로 단일가치화해 있다.

이런 현상은 성장기 청소년들의 다양한 발전가능성을 차단하고 가치를 획일화함으로써, 다른 미래에 대한 선택여지마저 박탈된 때이른 패배자들을 양산해낸다.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청소년들의 왜곡된 연예열풍을 나누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예인 추종이나 선호를 넘어 스스로 연예인이 되고자하는 청소년들이 사방에 넘쳐나고 있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 중고생사이트 '틴스플라자(teensplaza.com)'가 최근 각각 실시한 서울 중고생의 희망직업 조사에서 연예인은 당당 3위를 차지했다.

또 앞서 지난해 정부산하기관인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10~20세 남녀 5,262명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직업' 조사에서도 연예인은 교사, 예술가, 컴퓨터 전문직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등, 요즘 어느 조사에서든 연예인은 청소년 희망직업 최상위권에 랭크된다.

직업 특성상 이 정도만해도 '비정상적' 수준.

하지만 실제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느끼는 정도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입시공부에 매달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태반이 허망한 연예인의 꿈을 좇는 것처럼 보일 정도라는 것이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극소수 학생들이나 추구하던 '딴 세상'이 이제는 보통학생들 누구나 가능성을 생각하는 만만한 대상이 된 셈이다.

서울 S여중 황모 교사(여ㆍ29)는 "구체적으로 연예인이 되려는 아이들이 반마다 적어도 5~6명씩은 된다"고 전했고, 서울 K고 2년생 이모(17)군은 "우리 반에도 연기, 댄스학원 등에 다니는 경우를 포함해 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10명 이상"이라며 "솔직히 성공 가능성은 별로 안 보이는데도 다들 환상에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따져보면 전국적으로 수십만 청소년이 연예인을 지망하는 꼴이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공개 오디션에는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리고, 서울 강남에만 500개가 넘는 연예기획사 사무실마다 전국 청소년들이 보내오는 자기 소개서가 매일 수십~수백통씩 쌓이고 있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한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는 15,000여명이 쇄도했고, 앞서 인터넷 연예서비스업체 캐스트넷(www.castnet.co.kr)의 신인연기자 선발때도 3,000여명이나 몰렸다. 하지만 선발자라야 1,000명에 한명 꼴.

수도권의 한 고교 교사는 "문제는 숱한 아이들이 취미를 잃은 학과공부의 대안으로 무작정 연예인을 지망, 다른 가능성을 전혀 준비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대부분이 사회의 주변부로 전락할 여지가 크다는데 있다"고 우려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동연(李東淵)씨는 "청소년 연예열풍은 환경과 학력으로 성공이 결정되는 사회체제에 대한 그들 나름의 대안일 수 있다"며 "그러나 연예계를 돈과 명예로 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쯤으로 여긴다는 것은 지나치게 가볍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연기학원서 만난 이모양

서울 여의도 연기학원에서 만난 이모(15.중3년)양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인생의 목표"라며 "잃은게 많아 절대로 연예인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1년 가까운 연기수업 도중 청소년드라마 등에 엑스트라로 50차례이상 출연했다는 이양은 "연예인이 왜 좋으냐"는 질문에 "TV에 나오고, 돈 많이 벌지 않느냐"며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촬영 때마다 저런 주연급들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왕짜증'이 나요"

"반에 20명이 넘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부모 동의로 연기공부하는 나를 부러워한다"는 이양은 "친구 3명은 벌써 기획사에 소속돼 있다"고도 전했다.

하지만 "3주동안 학교에 이틀만 나갔다"며 "1학년때는 반에서 10등 했는데 지금은 거의 꼴찌..."라고 말할 때는 다소 머쓱해 했다.

이양은 18살이 되면 본격적으로 기획사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그때 '견적 뽑아서 한꺼번에 성형수술도 받을 것" 이라는 그에게 "어딜 고치고 싶으냐"고 했더니 "모두 다"라고 대답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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