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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김정남 의문점' / 美CIA개입? 왜 체포했나? 日망명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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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문 '김정남 의문점' / 美CIA개입? 왜 체포했나? 日망명시도?

입력
200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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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30)씨의 체포는 과연 우발적 사건이었을까? 북한 최고지도자의 장남이 일본 나리타(成田)에서 갑작스럽게 붙잡혀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강제 출국될 때까지 3박4일이 숱한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서울과 도쿄, 베이징에선 각국 정보 기관들이 개입한 숨가쁜 '막후 드라마'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 누가 사전 정보를 알려줬나

1일 오후 3시40분 김씨로 추정된 인물은 30대 여성 2명과 4세의 사내 아이 등 가족을 데리고 전혀 체포를 예상 못한 채 유유히 공항에 들어섰다. 제 2청사 2층 입국 심사장 주변에는 법무성 입국관리국 직원들이 미리 잠복해 있었다.

일행이 심사대에 다가선 순간 버저 신호가 울렸고, 직원들이 에워쌌다. 그가 소지한 도미니카 여권에는 지난해 10월과 12월 일본에 입국한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앞서 1995년께도 위조여권으로 입국, 공공연히 조총련 관계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도쿄 디즈니랜드 등을 관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무사히 일본을 들락날락했던 그가 여권 심사를 하기도 전에 붙잡힌 것은 싱가포르를 떠날 때 '사전 통고'가 있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누가 이 정보를 알렸는지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베이징(北京)부터 그를 추적해 싱가포르의 일본 공안 관계자들에게 알렸다는 유력하게 퍼지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측의 정보라는 설은 경험과 능력, 사후에 보여준 당황한 모습 등으로 미뤄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베이징과 동남아지역 미 정보망의 위력은 요도호 납치범인 다나카 요시미(田中義三)의 체포과정에서 확인된 바 있다.

▲ 왜 알려줬고, 왜 체포했나

가장 큰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면 그를 검거하지 않고 추적하는 게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러 차례 입국을 모르는 채 했던 일본 당국이 대북관계에서의 위험부담을 안고 굳이 그를 억류, 조사한 것도 의문이 남는다.

미국측이 정보 제공의 주체라면 북한측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정보력의 시위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ㆍ미ㆍ일 3국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의 변화를 노린 것이라는 관측마저 있다. 일본 정부가 그의 신원을 끝까지 덮어준 채 강제 출국 조치를 취한 것도 제공된 정보의 노림수를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일부 소식통은 일본의 공안당국이 자국을 안방처럼 드나드는 북한의 정부ㆍ정보 관계자에게 경고를 발한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를 조기 출국시킨 데 대해 일부 공안, 경찰 실무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를 뒷받침한다.

▲ 정말 관광 입국이었나

일행의 트렁크엔 도저히 관광비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100달러짜리 지폐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일본 입국이 '실패한 망명'이었고, 정보제공자도 그의 망명으로 복잡한 파문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였다는 설들이 꾸준히 돌고 있다. 그는 95년 입국 당시에는 경호원 등 복수의 북한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족만을 데리고 왔다.

또 디즈니랜드를 가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위조여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조총련 초청으로 다녀갈 수 있다.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의 평양특파원을 지낸 하기와라 료(萩原遼)씨는 "최근 김정남의 이복 동생인 김정철에게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내년 환갑을 맞아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여 김정남이 몸을 피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행이 모두 7일 베이징행 항공권을 갖고 있었던 것도 만일의 경우 망명 의사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대비책이었다는 것이다.

▲왜 도미니카 여권인가

북한의 후계자인 그가 사용한 위조여권에는 이름이 '팡 시옹',출생지는 'KOREA'로 적혀있었다.

또 그는 스페인어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여권은 출신국과 가까운 나라 것을 사용해 눈에 띄지 않게 하는것이 일반적인 경우임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우 부분이다. 다만 남미 여권은 일본 입국비자가 필요치 않고, 일본 정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위조여권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북경의 김정남

중국은 4일 오후 베이징(北京) 소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정남을 특별 대우하며 전통적 혈맹관계인 동맹국의 후계자로서 대접을 해주었다.

중국 정부는 안전부와 공안부 요원들을 공항에 내보내 오후 1시 22분께 도착한 김씨 일행을 비행기 트랩에서부터 철처히 보안ㆍ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씨 일행은 공항 귀빈실에서 수시간 머무른 후 북한 대사관측의 은회색 승합차를 타고 중국 공안차의 선도를 받으며 공항을 떠나 베이징 교외의 북한측 안가에 여장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김씨 일행을 신속히 북한으로 돌려보낼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이며 이날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려항공 정기편이나 특별기가 없어 하룻밤을 체류토록 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 일행은 5일 오전 고려항공 정기편으로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김씨 일행을 공항에 계속 머무르게 하면서 북측의 특별기가 도착하는 대로 태워보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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