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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손 남북방문 남긴것 / 구름뒤 '햇볕' 불러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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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손 남북방문 남긴것 / 구름뒤 '햇볕' 불러내기

입력
200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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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과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4일 정상회담은 대북 포용정책의 재가동을 위한 국제적 여건 조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북미관계가 동결되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ㆍEU 정상회담은 페르손 총리의 방북을 매개로 대북 포용정책의 유효성을 다시 강조한 자리였다.

김 대통령은 제3자인 페르손 총리의 입을 통해 북한의 개방 의지를 알림으로써 대북 강압정책 보다는 포용정책이 한반도 평화구축의 해법임을 강조했다.

물론 스웨덴이나 EU가 남북관계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한 남북한을 제외하면 미국이 결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주연이며 페르손 총리의 방북도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포용정책으로 끌어들이려는 방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페르손 총리도 "우리(EU)는 이미 한반도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국의 역할을 대신할 생각은 없다"고 한계를 분명히 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한미간에 대북 포용정책이 확정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필요했듯이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이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에 동조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공화당 정부는 국익 우선주의에 입각,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힘으로 억제한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의 관점에서는 미사일과 핵을 내세우며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북한이 '손 볼 대상'일 뿐이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한반도 전략을 좌우한 김 대통령도 어느 정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김 대통령도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속성을 인식, 포용정책의 객관성과 국제성을 높이기 위해 EU를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를 직접 설득하는 것 보다 우회적으로 여건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한ㆍEU 정상회담은 한 몫을 한 셈이다.

이영성기자

■페르손이 전하는 '北속내'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4일 한ㆍEU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 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속 마음'은 일단 긍정적이다. 부시 미 행정부가 들어선 후 해빙조짐을 보이던 북미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남북관계마저 정체 국면으로 빠져든 상황에서 페르손 총리의 전언은 희망적이다.

페르손 총리는 우선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전한 구두 메시지를 밝혔다. 메시지의 내용은 김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우정과 존경, 남한이 제공한 식량에 대한 감사, 서울 답방과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약속 등이다.

페르손 총리는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을 친구이자 지도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북 지도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언급이다.

페르손 총리는 특히 "5시간 동안 얘기하면서 김 위원장이 6ㆍ15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공동선언 후 이루어진 남북관계 진전을 높이 평가하더라"고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남북 공동선언에 담겨있는 화해와 협력, 개방과 개혁의 노선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다.

핵심 포인트인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페르손 총리는 '북한의 유연성'을 전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했다"면서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유예'를 미국을 향한 북한의 대화 제스처로 해석했다.

페르손 총리는 "김 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끝난 후에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자주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더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기조 속에서도 북한을 향하는 일말의 불신도 없지 않았다. 페르손 총리는 "북한은 건설적인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북한의 실천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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