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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자율휴업 貧富따라 명암 "여행.견학… 더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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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자율휴업 貧富따라 명암 "여행.견학… 더 바빠"

입력
200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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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관1동 빼곡한 다세대주택 사이 골목길은 초등학생들로 온종일 가득 찼다.아이들은 근처 시장까지 몰려나와 오가는 자동차 사이를 곡예하듯 뛰어다니거나, 오락실과 비디오대여점 앞을 서성거렸다.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근처 영세업체에 맞벌이를 나가 월차나 임시휴가는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자율휴업일 내내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이처럼 방치되고 있었다.

'컴퓨터 게임, 낮잠, 골목길 놀이, 또 게임..' 성남 A초등학교 4학년 K(11)군이 4월29일부터 보낸 자율휴업 생활표다. 2, 3일은 학교에서 낮12시까지 체육수업을 해줘 오전 시간을 그럭저럭 때웠지만, 4일은 특별수업조차 없어 하루종일 집과 골목을 맴돌았다.

며칠째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선생님이 방학 계획표 써 오지 않으면 학교 나오라고 해서 엄마한테 써 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거짓말은 못한대요. 그냥 학교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근처 어린이방에 마련된 '방과후 학교'. 선생님들은 오전11시에 출근하지만 달리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오전9시께부터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오후 7시까지 보조교사로 일하는 K군의 어머니는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점심이라도 먹지만 다른 아이들은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K군은 어머니와 함께 4일 저녁 성남 분당구청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자율휴업일 중 유일한 '행사'였다.

서울 강북의 명문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는 P군은 김군과 동갑인 11살. P군은 어린이날을 제주도 푸른 바다에서 맞는다. 역시 4월29일부터 이어진 자율휴업일에 맞춰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 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 K(11)군도 부모님과 한창 동해안 일주여행 중이다. 강릉 경포대와 오죽헌 구경을 마친 K군 역시 어린이날을 파도소리와 함께 보낼 계획이다.

이 학교 어린이들이 써 낸 자율휴업 계획서를 보면 친지 방문, 문화재 견학 ㆍ답사, 공연관람 등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빡빡한 일정이다.

국내 여행은 흔하고 유럽 등 해외 여행을 떠난 학생도 있다. 이 학교 K(50)교사는 "학교에 알리지 않고 여행을 간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휴업일에 맞춰 휴가를 낸 부모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학기 중 '자율휴업'이 실시되면서, 대부분 학교가 공휴일 전후에 휴업일을 지정해 며칠씩 연휴를 만들었다. '부모님이 원해서'라는 것이 일선 학교와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성남 K군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항변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엄마가 집을 돌보는 가정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장탐험, 명소견학 등을 통해 뜻 깊은 시간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달라'는 가정통신문은 우리 같은 집을 괴롭히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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