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밖의 '선물'에 무역업계가 모처럼 웃을 일이 생겼다. 종합상사 등의 부채비율 200% 라는 '족쇄'가 풀리게 됐기 때문이다.덤으로 '해외 현지금융 확대'등 업계의 숙원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선물이 무역ㆍ투자 등 식어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에 얼마나 큰 동력이 되어 줄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경제는 사기(士氣)'라는 면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3일 열린 무역업계와 여당대표단 간담회의 성과다.
그런데 뒷 맛이 영 개운치 않다. 정부는 그간 무역업계의 이 같은 끈질긴 요구에 대해 '절대불가'입장을 견지해왔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특정 업종의 부채비율을 푼다는 것은 특혜일 뿐 아니라 경제논리와도 상반된다"고 말했고, 해외 현지금융 확대에 대해서는 환란(煥亂)의 악몽을 환기시키며 "현재 한도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까지 말했다.
그러던 것이 강운태(姜雲太)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이 "업계의 건의를 정부와 협의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힌 직후, '부채비율 탄력적용ㆍ현지금융 확대 검토'로 갑자기 방침이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부를 움직이려면 국회에 요구하라'는 인식을 심어줄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선심성 정치 논리에 무원칙하게 흔들린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요리는 다 해놓고 냄비 뚜껑만 여당에게 열도록 한 것 뿐"이라는 말도 했다.
즉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용하는 '용단'을 내린 뒤, 정당 생색용으로 '선사'했다는 추론이다.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은, 스스로 왜소해지는 정부와 정치에 얽매인 정책 현실 앞에 아직은 먼 일인가 싶다.
경제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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