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서둘러 중국으로 추방한 것은 일본 정부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문제화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일본은 극히 이례적으로 김씨 일행이 체포된 지 3일만에, 사건이 보도된 후 하루도 안된 시점에서 이들을 추방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정권 출범 후 최초의 대형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뜸들이기' 외교와 달리 '속전속결'로 이 문제를 처리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은 김씨의 신원을 확인할 경우 정밀 조사를 할 수밖에 없으며 어떤 결과로 처리하든 북한의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신원확인을 끝까지 하지 않은 채 이들을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을 극도로 자제했다.
일본 정부는 또 이 문제를 장기화할 경우 납북 일본인 가족 등이 추방 반대를 주장할 가능성도 있어 최소한 형식적이라도 여론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뜻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중국을 통해 북한의 의사를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측은 신속한 출국 조치를 요청하는 동시에 일본 정부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과서 문제와 대만 문제 등으로 일본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여 온 중국도 베이징(北京)으로 추방하겠다는 일본의 요청을 즉각 수락한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은 이번 사건으로 북한에 마음의 빚을 지웠고 중국은 북한과 일본에 각각 점수를 땄다.
일본의 이 같은 배려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화답할지는 미지수이나 적어도 이번 사건이 북일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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