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에서 최고의 인권보호국으로 자부해온 미국이 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이사국선거에서 탈락, 망신살이 뻗쳤다. 유엔 인권위는 미국이 북한 중국 쿠바등의 인권문제를 앞장서서 거론했던 자리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임기 3년의 인권위원회 이사국은 인권위 회원국 53개국 가운데 3분의 1이 매년 바뀌며 재선도 가능한데 1947년 창설 후 미국은 줄곧 이사국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때문에 이번 탈락으로 적어도 1년간 이사회 주요결정에 대해 투표를 할 수 없게 된 미국은 놀라움과 함께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인권 감시그룹의 미국 대표인 조안나 웨슬러는 "이번 이사국들은 깡패집단(rogue gallery)"이라며 "한 나라의 인권기록은 이사국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인권 침해국들이 또 다른 인권침해국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권위 이사국으로 진출한 수단 우간다등과 지난해 선거에서 이사국이 된 시리아 리비아 베트남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국회의에 미국 대표로 참석했던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의원은 "현재 중국을 포함한 인권 침해국들이 국제기구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이사국이 되려고 한다"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에 미국이 이사국에서 탈락한 것은 무엇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무대에서 오만에 가까운 독주에 대한 서방과 개발 도상국들의 분노가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웨슬리는 "최근 2~3년간 지뢰 폐기협정반대와 국제전범재판소 조약비준거부, 에이즈약품 대중화반대등 몇몇 중요한 인권문제에서 잘못된 편에 섰던 것이 회원국들의 불만을 샀다"고 시인했다.
일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강행하고 교토(京都) 의정서 등을 반대하면서 오만한 태도가 거부감을 불렀고 적극적으로 회원국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하지않았던 것도 탈락의 배경으로 지적하고 있다.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 고동판무관은 "미국이 과거 역사적인 기여를 해왔으며 조속히 이사국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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