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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골 초등학생들 백악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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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골 초등학생들 백악관 방문

입력
2001.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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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정말 백악관인가요? 미국 대통령 집치고는 생각보다 작네요.”어린이날 현장학습으로 난생 처음 미국땅을 밟은 강원도 산골 초등학생들은 3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을 둘러보며 마구 물어댔다. 지난달 30일 서울을 출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2일 워싱턴 D.C.에 온 강원 원주시 부론면 단강1리 단강초등학교(교장 박종운ㆍ57) 학생 21명은 이날 멋진 하루를 즐겼다.

학생들을 초청한 워싱턴 한인감리교회(담임목사 조영진) 교인들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어린이들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북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북스프링필드 초등학교를 찾았다.

학생들은 수잔 오우너 교장의 안내로 도서관과 구내식당을 둘러본 뒤 컴퓨터실과 미술실에서 미국인 교사의 지도로 1시간씩 ‘미국 수업’을 받았다. 화장실과 도서실 입구에 7개국어로 씌어 있는 안내문 중 한글이 끼어있는데 학생들이 놀라자 오우너 교장은 “한국계 학생이 20여명도 넘는다”며 따뜻한 관심을 보였다.

이어 학생들은 워싱턴으로 들어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부터 찾았다. 의사당에서 학생들은 지한파 토니 홀 하원의원(민주당ㆍ오하이오주)과 면담하는 기회도 가졌다. 여러차례 남북한을 방문한 홀 의원은 “나도 여러분과 같은 시골 출신이어서 처음 의원 신분으로 등원하던 날 의사당 안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다”며 “여러분도 큰 꿈을 갖고 노력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격려했다.

전교생이 24명에 불과한 단강 초등학생들의 모험에 가까운 이번 여행은 지난해 9월 학교 운영위원장인 단강교회 한희철(한희철ㆍ42) 목사의 제안으로 비롯됐다. 단강1리는 80여호에 불과한 ‘진짜 시골 마을’이고 남한강변에 위치한 단강 초등학교는 작지만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가는 길에 숨을 돌리며 꽂은 지팡이가 컸다는 느티나무 거목이 명물이다. 한때는 학생수가 2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폐교 위기에 처해 있다.

“이농현상으로 도회지로 전학가는 학생이 늘면서 위축돼 가는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방법을 고민하다 이 여행을 생각했어요.”한 목사는 서울감신대 선배인 워싱턴의 조영진 목사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했고 박종운 교장은 학생들과 학교 주변 휴경지에 보리농사 등을 지어 경비를 마련했다.

학부형과 교인들도 돈을 보탰고 소식을 들은 아시아나 항공이 항공료를 절반으로 할인해줬다. 또한 워싱턴 한인감리교회측도 미국에서의 체류비를 부담했다. 지역사회와 기업, 종교계 및 재미동포가 ‘4위 일체’가 돼 이뤄낸 셈이다.

학교 어린이회장 신은정(6학년)양은 “부모님들도 못해본 미국 구경을 먼저 하게 돼 쑥스럽다”며 “크고 잘 사는 미국이 부럽긴 하지만 미국 학생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 우리나라를 부자나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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