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6 재ㆍ보선 패배 후 민주당 내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권행보 자제가 요구되고 있는 마당에 김중권 대표까지 나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을 치고 나오는 등 여권 내부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김 대표의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 등의 '당권-대권 분리론'과 겹치면서 대권논의의 '기형적' 촉발,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조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대철 최고위원은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무영 경찰청장의 경질을 요구, 여권 내부의 '좌충우돌성' 난맥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해서 지적을 안 하면 되겠는가"라며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추궁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다음 주례보고 때 이 청장의 경질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하며 환부를 자르면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고 몰아 붙였다. 국무총리 등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제출되기 전에 왜 미리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얼버무렸다.
건강보험 재정위기에 대한 대책발표가 예정돼 있는 등 여권의 '5월 대응'이 주목되고 있는 시점에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아시아 인구ㆍ개발 회의'참석을 명목으로 2일부터 8박9일 동안 뉴질랜드 외유에 나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 대권 게임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차기 주자그룹과 차제에 "나도 한마디 하겠다"는 일부 지도부의 행태를 바라보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시선은 착잡하다.
개혁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말로는 민생을 얘기하면서 모두 대권몰이에만 집착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관점에서 현안을 보아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여권의 대권경쟁을 바라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소장파 그룹에 영향력이 있는 또 다른 중견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독주하고 있다는 초조감, 예상보다 자기가 뜨지 않고 있다는 초조감, 여당 지지하락으로 이러다가는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이 차기 주자들을 내몰고 있다"면서 "이렇게 남의 탓만 하다가 김 대통령 권위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