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 뿐."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려온 화계사 조실 숭산(崇山ㆍ74)스님의 이 화두는 그의 외국인 제자들에 의해 이제 꽤나 알려진 셈이다.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지어진 사찰과 선원이 세계 32개국 130여 곳, 그를 따르는 신도가 5만여명이다.
'온 세상은 한 송이 꽃'(현암사 발행)은 숭산스님이 이 이방의 승려와 신도를 일깨운 것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오직 모를 뿐' 은 선불교의 초조(初祖) 달마대사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 무제가 자신의 불교 치적을 자랑했을 때 달마는 냉담했다. 성스럽다 할 만한 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당황한 무제가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모릅니다." 달마는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선가에 내려오는 수많은 화두도 "나는 누구냐"는 물음에 대해 참 나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책은 이 화두를 집약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두에서부터 숭산 스님이 내린 화두까지 365개를 담아 365일 하루 한편씩 깨칠 수 있게 했다.
숭산 스님이 외국인 제자들의 수행을 이끌면서 내린 화두를 제자들이 기록했다가 1992년 미국에서 영문판으로 출간했던 것을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인 화계사 국제선원장 무심(無心) 스님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 편집했다.
숭산 스님의 여러 책 중 그의 화두만을 집약했다는 점에서 그의 가르침의 진수를 담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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