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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휩싸인 바이러스 검출지역 "수도관 교체 외면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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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휩싸인 바이러스 검출지역 "수도관 교체 외면하더니…"

입력
200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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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된 경기 하남시와 여주군은 3일 정부 당국을 향한 성토장으로 변한 듯했다.이 곳 주민들은 "물조차 안심하고 먹을 수 없게 됐다"며 충격에 휩싸인 채 일손조차 잡지 못했다.

특히 수돗물을 정수기로 걸러 식수로 제공해온 각급 학교들은 부랴부랴 끓인 물을 준비하느라 초비상이 걸렸고 자치단체는 환경부에 격렬하게 항의한 뒤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했다.

신장2동에 있는 하남초등학교 신장중학교 등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수기 사용을 금지하고 교내 급식소에서 끓인 물을 학생들에게 공급했다.

학교 관계자는 "정수기로 걸러낸다지만 어차피 수돗물을 사용하는데다 정수기 필터에 바이러스, 세균 등이 기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끓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에는 학생들의 식수를 어떻게 공급하는 지를 묻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와 수돗물 바이러스 공포를 실감케 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여주군 홍문리의 Y초등학교도 이날 학생들에게 집에서 반드시 수돗물을 끓여 마시도록 신신 당부했다.

하남시 신장2동 8,000여세대 주민들도 하나같이 "환경도시를 표방한 하남시에 바이러스 수돗물이 웬말이냐 "며 분노했다.

신장동 주민 김부회(金富會ㆍ33ㆍ여)씨는 "물 수요가 많은 여름에는 받아 놓은 물로 세탁기를 돌려야 할 정도로 수도관 사정이 안 좋더니 결국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다"며 "그동안 시는 뭘 했느냐"고 시 당국을 성토하기에 바빴다.

주부 고모(37ㆍ여)씨는 "시가 낡은 수도관 몇 ㎙ 교체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더니 결국 이런 일이 터졌다"며 무성의한 행정을 꼬집었다.

5년째 신장2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홍구(李洪九ㆍ48)씨는 "손님 음식 요리에 수돗물을 사용해 왔는데 이제 장사는 다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주군의 한 주민도 "겨울만 되면 노후 수도관들이 터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바이러스 검출이 노후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급한 교체를 요구했다.

하남시측은 이날 환경부 발표가 '침소봉대(針小棒大)됐다'며 환경부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박우량(朴禹良) 부시장은 "6개월마다 수돗물을 전문 검사기관에 보내 정밀조사를 한 결과, 이상이 발견된 적이 없었다"며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동사무소 마당에서 3회 채수한 물 가운데 지난해 6월 채취한 시료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볼 때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명자(金明子) 환경부 장관도 이날 오후 여주군에 나타나 "노후된 수도관 교체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지역주민들을 진정시키느라 애썼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바이러스 유해성 논란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환경부 발표 이후 바이러스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경희대 정용석(생물학) 교수는 3일 "바이러스의 분포 자체가 불균등하기 때문에 한차례 발견된 바이러스의 양으로 유해성 여부를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이번에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양이 검출되더라도 1곳을 제외하고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정도"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의대 이원영 교수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종의 바이러스 가운데 감염능력이 있는 바이러스라도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상당량을 흡수해야 질병에 걸린다"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을 마시면 감염될 수 있지만 감염이 곧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애초부터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의 중심에 섰던 서울대 김상종(생명과학) 교수는 "병원성 세균인 비브리오균이 1% 인구에게 콜레라를 감염시키는데 1,428세포가 필요한 데 반해 수돗물에서 발견된 가성콜레라의 원인 바이러스인 로타바이러스는 0.03입자만으로도 쉽게 감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세균보다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의대 김의종 교수도 "가정급수에서 설사와 감기의 원인인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라며 "수돗물 바이러스의 인체유해 여부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바이러스의 유해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또다른 이유는 바이러스 검출방법의 차이.

1997년 "서울시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발표를 할 당시 김상종 교수팀은 '총세포 배양법'과 '유전자 검색법'을 함께 이용했지만 서울시와 상당수 연구진은 "유전자 검색법은 공인되지 않은 방식이므로 그 결과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1984년 이후 세포배양법을 공인해왔던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자체 진단에 따라 지난해부터는 유전자 검색법을 병행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여전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소아과전문의 마상혁씨

환경부의 수돗물 수질측정 결과 검출된 엔테로바이러스가 무균성 뇌막염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남 마산 파티마병원 마상혁(馬相赫ㆍ37ㆍ사진) 소아과장은 최근 발표한 논문 '무균성 뇌막염의 임상적 고찰'에서 97년 상반기 경남 중부지방에서 발병한 무균성 뇌막염 환자로부터 대변과 뇌척수를 채취, 바이러스를 배양한 결과 85%에서 엔테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여름철의 대규모 발병사례의 경우 대부분이 엔테로바이러스가 원인균인 것으로 밝혀졌다.

마 과장은 "수돗물에 들어있는 엔테로바이러스가 무균성 뇌막염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인과관계를 확언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사람 이외에는 숙주로 활용할 생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돗물 전파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또 이 바이러스가 손과 발에 물집이 잡히는 전염성 질환인 수족구병과 목안이 허는 허파지나(Herpagina)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마 과장은 "환경부가 엔테로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수돗물이 어떤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를 통해 전염예방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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