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일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한 새 미사일 방어(MD)체제 추진을 선언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증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를 3일 문정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 전문가의 대담을 통해 들어보았다.
-미국의 MD체제 추진이 한반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입니까.
■ 문정인 원장=MD체제 추진은 물론 동북아 역학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부시의 연설이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미국의 방어전략은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소극적 방어(Passive Defense), 공격적 방어 (Offensive Defense)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합한 것이 전장관리(Battle Management)라는 개념입니다.
이 가운데 공격적인 요소들이 관련국들과의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인식은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우리가 각각 다릅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정찰감시, 첩보, 지휘등에서 한미간에 공조체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실상 이미 MD가 구축돼 있다고 봐도 됩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위협을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이것이 바람직한 방법인데 그렇게 하지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특히 우리는 이 선언에 대해 성급하게 '예스'냐, '노'냐는 입장을 표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 전성훈 위원=저 역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꾸준히 미사일 방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연구개발을 했습니다.
국가미사일방어(NMD)와 전역미사일방어(TMD)를 통합한 개념인 MD체제는 북한 이라크등 지도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믿을 수 없는 국가가 우발적, 불순한 의도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것에 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북미간에 약간의 갈등이나 불쾌감은 예상되지만 남북경색으로까지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문 원장=MD선언 직후 부시가 각국에 이해를 구하는 것은 국내 여론에 대한 설득용이라는 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여론조사결과 68%가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해 반대했습니다. 때문에 우방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한 다음 자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2차 남북정상회담 등 예정된 남북관계의 일정에는 부정적인 결과가 오지는 않을까요.
■전 위원=직접적으로는 남북관계에 영향이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미ㆍ일 대 중ㆍ러의 대립구도가 새롭게 형성돼 새로운 냉전구도가 생기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우방이건 적대국이건 30년간 ABM협정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약간 혼란을 빚을 수 있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MD의 장점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각자 이해관계에 따른 냉정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 문 원장=현재 미국의 MD체제추진철학이 집단안보체제성격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가상적국과의 대결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국가는 큰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부시대통령 취임 후 북한 지도부를 회의적으로 보고 핵과 미사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북미 미사일 협상이 재개는 될 수 있어도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개발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와 함께 이번 미국의 선언은 한국에 주는 함의가 큽니다.
방사포, 스커드미사일의 위협이 있는 한 완전한 평화체제로 가기 전까지는 우리도 한국형 국가미사일방어를 추진해야 합니다
■ 전 위원=MD선언보다는 앞으로 미국이 대북정책을 어떻게 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시대통령이 비확산정책과 유사시 선제공격정책을 같이 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미국은 북미 협상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MD정책을 펴나갈 것입니다. 미국의 미사일정책은 북한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닙니다.
설사 북한의 위협이 없더라도 MD를 강행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일부국가의 핵위협이 있고 비용조달도 가능한 상태에서 ABM까지 폐기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기술적 뒷받침만 되면 언제든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바꿔말해 MD체제는 어차피 추진해야할 정책이었으므로 북미협상 재개는 별개라고 봅니다.
■ 문 원장=현재 상황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이른 시기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MD체제 추진 때문만은 아닙니다. 금강산 관광, 전력제공문제 등은 남북한간의 중요한 이견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미국의 대북정책구상도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만나봐야 큰 선물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남북 한간에는 긴밀한 의사소통이 더 중요해집니다. 이럴 때 일수록 밀사를 통해서라도 공감대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갈등의 여파가 미치지는 않겠습니까.
■ 문 원장=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태도를 보면 부시 대통령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듭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모두 적국으로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미 대선국면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대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부시 입장에서는 외부의 적을 창출,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강한 지도력을 확보하려는 것이겠죠.
또 부시 행정부에는 중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앞서나가야 한다는 신냉전적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 때도 출범 초기에는 강경정책을 많이 내놓다가 1년쯤 지나면서 평상으로 돌아갔는데 부시 행정부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영구 패권'을 계속 꿈꾼다면 곤란한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 전 위원= 공화당 정권은 지금까지 미군의 전력이 유럽중심으로 편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급속한 부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이 동아시아 군사력을 증강할 경우 이는 미중 양국간 갈등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 켈리 동아태 차관보 등 부시 행정부 내에 일본과 가까운 인사가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이들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적극적인 군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바라고 있고 이것이 일본내 헌법개정 움직임 등 보수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원인입니다.
일본이 헌법개정을 통해 군사적 영향력의 확대를 꾀할 경우 이는 중국과의 마찰을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 및 남북관계 시련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ABM 협정은 앞으로 어떻게 되고 우리의 대처 방안은 무엇일까요.
■ 문 원장=MD선언에서 부시는 ABM체제를 수정한다는 것인지 폐기한다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안보체제 변화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일방적인 폐기는 동맹국의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앞서나갈 필요 없이 동맹국의 대응을 봐 가면서 대처해야 합니다.
사실 한러정상회담에서 문제가 됐던 ABM 협정을 보존ㆍ강화한다(Preserve & Strengthen) 문구도 미 행정부가 먼저 사용했던 것인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전 위원=그러나 공화당은 야당시절에도 ABM 폐기를 주장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는 데 구 민주당 정권이 사용하던 용어를 한국이 쓴 데 대해 불편함을 표시한 것이지요.
이제는 지난 30년간 평화체제를 담보해온 ABM협정을 계속 준수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논리, 그리고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므로 새로운 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 모두 수용 가능한 것입니다.
중간 접점에서 우리 입장을 정해야지 찬반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도 중장기적으로는 독자적 영공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것과 미국의 MD체제에 참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문 원장= ABM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문제이고 MD도 지금 당장의 현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익 우선의 관점에서 신중히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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