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월 열린 싱가포르 축구박람회 때 '미래의 축구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관했던 일이 있다. 이 때 소개된 암스테르담 경기장(96년 완공)은 당시로선 충격적일 만큼 인상적이었다. 자동개폐식 지붕에 현대적인 시설 때문이 아니라 사후 활용도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 때문이다.암스테르담 경기장은 지하철과 연계된 시내에 있어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역에서 경기장까지 진입로 좌우에는 호텔과 백화점(지난해에도 건설중이었음), 야외음악당, 공원, 거대한 쇼핑몰이 있고 경기장은 비수기때 콘서트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경기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창출효과는 수십억달러에 달했다. 당연히 앞으로 경기장 건설은 단순한 경기장소의 의미를 뛰어넘어 '산업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세미나의 주제였다.
국내 월드컵 개최도시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중 하나는 경기장의 사후 활용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시이다. 대구시는 프로축구팀 창단을 적극 추진해 왔으나 '체육진흥기금의 80%를 창단비용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시의회에서 부결돼 중단된 상태이다.
프로팀 창단은 식당가, 쇼핑몰, 체육시설, 게임장 등 경기장 시설의 사후 활용도를 위해 필수적이다. 매주 정기적인 프로팀 경기가 있어야 유동인구의 유입이 가능하다. 대구시는 축구팀 창단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안될 경우 사후 활용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대구시와 달리 대부분의 개최도시들은 3~5년 이후 흑자를 자신한다.그러나 현재의 여건을 감안할 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프로팀이 없는 도시도 있고 있다 해도 시와 구단간 경기장 사용료 등에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스페인과 독일 등 유럽에선 경기장을 거의 무상으로 구단에 임대해 주는 도시도 많다.
축구팀이 시민들의 여가선용과 유대강화 등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우리 월드컵경기장들은 2년후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울산을 시작으로 월드컵 경기장이 하나 둘씩 개장하는 이 때 감격에 겨워만 말고 사후 활용계획을 다시 한번 엄밀히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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