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판 / 솔직담대한 性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판 / 솔직담대한 性이야기

입력
2001.05.04 00:00
0 0

"다음 중 당신의 성별(性別)은?" 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①남자 ②여자 ③기타"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성전환자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용납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또 어떤 여성들은 이런 질문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몰아붙일지도 모른다.

고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성들의 분투가 학문적으로(여성학), 정치적으로(여성부) 열매 맺는 시대에 '남자의 짝'이라는 인식은 낡은 것으로 여겨진다.

성에 관한 3권의 책이 나왔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와 '아내여 항복하라' 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성(性)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것인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자 남자 그리고 제3의 성' 은 남성과 여성을 넘어선 '기타' 성의 역사를 정리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버자이너(vagina)'는 여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사실 여성의 신체기관을 '남근이 없는 것'으로 여겼던 남근 중심의 문화에서 여성 생식기는 수치스럽고 굴욕적인 것이었다.

'버자이너 모놀로그' 는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해온 '버자이너' 를 당당하게 말하게 하는 책이다. 첫 월경을 치르는 소녀의 수줍은 고백, 보스니아내전에서 군인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의 절규, 스스로 즐기는 법을 배웠다는 은밀한 속삭임 등 다양한 '버자이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적나라한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다. 컬커스 리뷰는 "성에 대한 여성들의 수치심을 떨쳐버리게 하는 게 책의 의도다. 여성으로서의 생존은 '버자이너의 목소리'에 달려 있다"고 평했다.

■아내여 항복하라

'아내여 항복하라'는 반대편 끝에 서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메시지에 페미니스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은이가 결혼생활이 불행해진 이유를 분석해 보니 남편을 '휘어잡고' 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행복의 방법'을 제시한다.

무엇이든 남편이 하는 대로 놔눈다,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남편에게 맡긴다 등. 아내가 가정에서 주도권을 포기하면 남편에게 용돈도 많이 받고 성생활까지 만족스러워진다고 설파한다.

단 바람둥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게는 항복하지 말라는 '당연한' 단서를 달았다. 구시대적 발상의 지루한 재탕이라고 해야 할지, 살다 보니 얻은 나름의 지혜라고 해야 할지.

■'여자 남자 그리고 제3의 성'

'여자 남자 그리고 제3의 성'은 성 바꾸기에 관한 역사적 고찰이다. 전 세계의 문화와 종교에 보편적으로 존재해온 성전환 현상을 서술함으로써, '제3의 성'의 오랜 역사를 보여준다.

16세기 프랑스의 앙리3세는 시종들에게 자신을 '여성폐하'로 부르도록 명령했으며, 18세기 러시아의 엘리자베스 여제는 승마할 때 남자 옷을 입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여성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중국 후기왕조 시대의 고전극 '남황후'는 진시황을 유혹하는 미소년의 이야기다. 진시황은 이 소년이 어떤 후궁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해 여자 옷을 입혀 황후에 봉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