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제작하고 방송사는 송출만 하는, 명실상부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 첫 전파를 탄다.5일 오후 4시 30분에 방송되는 '호주제 폐지, 평등가족으로 가는 길'은 사단법인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지하은희 외)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기획ㆍ제작하는 KBS '열린 채널'의 첫 아이템이다.
새 방송법 69조는 시청자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KBS가 매월 100분 이상의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청자가 방송발전기금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아 프로그램을 만들고, 편성 및 송출은 KBS가 한다. 프로그램의 접수, 심사 및 운영은 별도 기구인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협의회가 맡는다.
하지만 운영 세칙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KBS의 의견 차이로 법 제정 1년 4개월 만에야 방송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난 6월부터 제작비 1,000만원을 들여 만든 '호주제 폐지.'는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변화하는 가족제도에 대한 의식을 반영한 내용이다.
KBS는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가정의 달인 5월의 프로그램으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재혼한 부인이 데려온 전 남편의 아이가 새 아버지의 성을 가질 수 없이 '동거인'으로만 남아 있는 가정, 이혼한지 17년이 지났어도 아이들의 호적에 전 남편이 호주로 올라 있어 고통을 받는 가정을 보여주고 민주당 정범구의원, 이창동감독 등 호주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인사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공교롭게도 지난 29일 '추적 60분- 호주제 왜 법의 심판에 섰나'가 방송되었다.
'추적 60분'은 호주제 위헌을 제청한 두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찬반론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다른 시각이지만 KBS는 일주일 간격으로 같은 소재를 다룬 셈이다.
처음이기 때문에 아이템 조율 뿐 아니라 제작과 송출이 이원화된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적인 책임소재 등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 시청자 단체 등에서도 아직 준비가 충분치 않아 '호주제.'외에는 접수된 프로그램이 없다.
관련 법규의 정비와 제작 지원 등 '열린채널'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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