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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앨범 '열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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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앨범 '열풍' 분다

입력
200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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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르실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들과 함께 TV를 보던 회사원 이모씨는 '당신은 모를실거야(혜은이)' 를 듣고 감회에 젖어 따라 불렀다.초등학생 아들이 깜짝 놀랐다. "아빠 이 노래 어떻게 아세요?" 아들은 혜은이의 노래가 아니라 핑클의 새 노래인줄 알았던 것이다.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핑클의 3.5집인 리메이크 앨범 '메모리스&멜로디스'에는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강수지의 '시간 속의 향기' 등 80년대 인기곡이 수록돼 있다.

1977년 길옥윤(작고)씨가 작곡한 '당신은 모르실거야'가 혜은이의 보컬에 기댄 애절한 발라드의 맛이 강했다면, 핑클의 노래는 R&B적 편곡기법을 써 요즘 분위기를 많이 살렸다. 이 노래는 97년 조관우가 2집 앨범에서도 한차례 리메이크 했었다.

'조용필의 '어제 그리고 오늘' 을 힙합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유승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을 다시 부른 김범수도 추모 음반에서 노래를 불렀다가 크게 히트, 아예 이 노래로 상당기간 방송활동을 했다.

지난달 종방한 '엄마야 누나야'의 주제곡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는 원래 재즈보컬 임희숙의 히트곡이었으나 신인가수 김상필이 다시 불러 1만여장의 OST 판매기록을 세웠다.

나미의 '슬픈 인연' 은 90년대 초 공일오비가 불러 히트시키더니 요즘엔 '클릭B'까지 음반에 수록했다. 외국곡도 인기다.

왁스가 신디 로퍼의 'She Bop'을 불러 히트 쳤고, 이정현 역시 클리프 리처드의 'The Young One'을 '잘가'라는 이름으로 준비중이다.

리메이크 앨범의 붐을 일으킨 것은 조성모다. 그의 '가시나무'등이 수록된 리메이크 음반은 무려 165만장이 넘게 팔린 기록을 세웠다.

'리메이크'가 다시 열풍을 몰고오는 이유는 대략 세가지다. 우선 신세대 가수들의 '팬 확장하기' 전략.

'여고생가수' 타이틀을 내걸고 데뷔한 박지윤은 80년 발표한 로커스트의 '하늘색 꿈'으로 안착에 성공했고, 김범수 유승준 핑클 등은 모두 리메이크 곡으로 30~40대 중년 팬까지 껴안게 됐다. "리메이크 곡이 세대간 벽을 허문다"는 긍정론이 나올만하다.

또 하나는 "손 안 대고 코 풀기" 전략. 모두 "정규앨범 보다 더 힘들었어요"라며 '정답'을 말하지만, 사실 이 말은 편집앨범을 발매하면서 "선곡이 창작보다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공허하게 들린다.

주로 '1.5집' '2.5집' 등 정규앨범의 중간에 발표한 이 앨범들은 가수의 유명세를 최대한 이용하자는 기획사의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본곡을 이용한 리메이크가 많은 것은 '표절'에 대한 팬들의 감시 때문. 컨츄리꼬꼬는 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첵커스의 노래를, 포지션은 오자키 유타카의 노래를 '아이 러브 유'로 리메이크 해 성공했다.

리메이크도 엄연한 창작행위다. 그러나 새로 부른 가수의 곡 해석력이나 감성이 탁월한 곡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요즘 리메이크 곡의 우울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범사회적 '복고 바람' 덕은 만만치 않다. 수년간 식지 않고 더욱 가속이 붙는 '복고' 열기로 옛 앨범을 뒤져 새롭게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수그러들기는 커녕 점점 더 열기가 뜨거워지는 '복고 바람' 은 당분간 더 많은 리메이크 곡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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