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전 군포시청에서 운영하는 '실버컴퓨터교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처음 시청을 방문했을 때 시청의 분위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지만, 공무원 아저씨들이 컴퓨터강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어린 학생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줘 실버컴퓨터교실의 보조 강사가 됐다.실버컴퓨터교실은 60세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대상으로 간단한 컴퓨터 관련 지식과 인터넷을 주3회 교육하고 있었는데 늘 인기가 높아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했다. 그만큼 노인들께서도 컴퓨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사 한 명이 40여명을 지도하는 실버컴퓨터교실에서 노인들에게 쉽고 충분하게 컴퓨터를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들은 우리 같은 젊은 세대에 비해 컴퓨터 자체가 생소하고 두려움마저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뜻이 맞는 학교친구 10여명을 모아 컴퓨터 봉사 소그룹을 만들어 실버컴퓨터교실에 데리고 갔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우선 1명이 4명 정도를 가르치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져 재미있어 하셨다. 그리고 손자처럼 생각해서인지 우리들을 대견하게 여기시고 귀여워 해주셨다.
실버컴퓨터교실이 끝나는 날 한 할머니께서는 떡볶이나 사먹으라며 극구 사양하는데도 내 손에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고 가셨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지 우리도 그 분들과 헤어지기가 몹시 서운했다.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나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 많은 어르신과의 만남을 통해 그 분들의 지혜와 넉넉함을 배울 수 있었고, 젊은 세대에 대해 느끼고 있는 걱정과 사랑도 읽을 수 있었다.
노인분들은 비록 컴퓨터를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한번 배운 내용은 적극적으로 생활에 활용하려 하신다. 그만큼 일상이 무료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테트리스 등 초보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바둑같은 것을 즐기기도 하고, 손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아 더 가까워 졌다고 좋아하신다. 또 평생 일기를 써왔다는 할머니 한 분은 매일 컴퓨터로 일기를 쓰는 일이 새로운 즐거움이 됐다고 하셨다.
요즘에는 고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간 떼우기 봉사활동이 대부분이다.
좀더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컴퓨터 교육 봉사활동을 적극 권하고 싶다. 나도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당당히 붙고 나서 고3이기 때문에 중단한 컴퓨터 봉사활동을 다시 하고 싶다.
손가람 경기 안양 신성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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