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 못잡았나 안잡았나'못잡았나, 안잡았나.' 지난달 25일 박노항 원사 검거 이후 그의 도피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같은 의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군검찰과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병무청 모병관 원용수 준위를 수사하면서 박 원사가 10여건의 병역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포착한 것은 1998년 5월. 박 원사는 군 영창에서 원 준위를 면회한 모변호사 사무장 최모씨를 통해 급보를 전해 듣고 5월말 줄행랑을 쳤다.
▲ 추적 비웃듯 '자유인'생활
박 원사는 도피 직후 병역비리 청탁 건으로 알게된 탤런트 출신 김모(54ㆍ여ㆍ구속)씨를 통해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605호를 전세 계약했다.
이후 8월께까지 국방부 합조단 현역ㆍ예비역 동료 5~6명을 술집에서 만나 수사상황을 전해듣고 대책을 상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병역면제를 부탁했던 군의관도 만나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당시는 박 원사의 병역비리 혐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론 등의 집중 추적을 받던 시기.
수사당국도 '외견상'으로는 박 원사를 쫓는 데 힘을 쏟았다. 박 원사는 이를 비웃듯 괴도 '루팡'처럼 활개를 치고 다녔던 셈이다.
▲ '박원사 검거 가능했다' 주장도
'안잡았다'에 힘을 실리게 하는 정황은 이뿐이 아니다. 군검찰 수사결과 박 원사는 98년 8월께까지 김씨가 가입해 준 휴대폰과 무선호출기를 사용했다. 김씨와 박 원사의 누나 박모(57)씨는 박 원사 아파트를 주기적으로 드나들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수사팀이 박 원사 혐의를 포착한 직후 친분이 두터웠던 합조단 전ㆍ현직 동료와 여러 명의 여인 등 주변 인물들을 집중 조사했다면 얼마든지 박 원사를 검거할 수 있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의혹을 뒷받침하듯, 박원사 도피 이후 항간에는 국방부 합조단 소속 수사관들이 박 원사를 비호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무장 최씨가 원 준위를 군내 영창에서 면회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9월 들어서야 합조단 수사관을 교체하기 시작한 점도 석연치 않다.
더욱이 서울지검 수사팀은 박 원사 주변 여인들을 수사, 김씨의 존재와 역할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은 일찌감치 김씨의 병역비리 혐의를 확인했으나 박 원사의 행방을 찾아내기 위해 사법처리를 유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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