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시몬 보카네그라'이것이 베르디다. 이것이 오페라다.
국립오페라단이 4월 25~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린 '시몬 보카네그라'는 이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좋은 가수, 빼어난 연출(울리세 산티키)과 완벽한 지휘(조르지오 모란디)가 오래 기억될 완성도 높은 무대를 내놨다.
베르디 사망 100주년을 기리는 올해의 베르디 오페라 행진 중 유일한 한국초연이다. 워낙 규모가 크고 음악이 무거운데다 흥행 인기작이 아니어서 외국에서도 자주 공연하지 못하는 작품인데, 국립오페라단이 대담한 선택을 했다.
무대는 아주 단순하고 온통 검붉은 자줏빛이다. 주인공 시몬 보카네그라의 투쟁과 죽음, 고귀한 희생의 피와 명예를 상징하는 그 빛깔은 차분하게 절제된 조명과 공들여 제작된 화려한 의상이 더해지면서 강렬한 시각적 효과로 다가왔다.
지휘자 모란디는 성공적 공연을 가져온 최대 견인차다. 그의 지휘 아래 코리안심포니는 노래를 방해하지 않고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적재적소에서 최대의 효과를 살려냈다. 오페라 반주의 표본이 될 만한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의 오페라'로 불릴 만큼 저음가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 작품에서 시몬 역의 바리톤 전기홍 우주호 김승철, 피에스코 역의 베이스 김요한 변승욱은 음악의 무게를 충분히 감당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호연을 보였다.
특히 새 얼굴인 바리톤 김승철과 베이스 변승욱은 이번 공연이 발굴해낸 보석이다. 아멜리아 역 김향란, 가브리엘레 역 카를로 벤트레, 파올로 역 이광희 외에 단역인 궁정대장 채정우의 노래도 빛났다.
관객은 주역만 보는 것은 아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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