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의 대학생 딸이 미성년 음주 혐의로 경찰에 소환됐다는 외신이 그제 국내 언론에도 가십으로 등장했다. 지난 해 블레어 영국 총리의 고교생 아들이 만취 상태로 적발돼 아버지가 경찰에 불려 나갈 처지가 된 적이 있지만, 부시의 딸은 대학생이란 점에서 조금 뜻밖이다.미국에서는 만 21세 미만의 음주와 주류 소지를 금지하며, 나이트 클럽에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가 사복 경찰에 적발된 부시의 딸은 열 아홉 살이란 설명에 이해가 간다.
■이럴 때 우리 언론은 흔히 '예외 없는 법치'를 찬탄하고, 우리 처지를 자괴한다. 다만 이번에는 부시의 젊은 시절 음주벽에 빗대 '부전여전'(父傳女傳)으로 슬쩍 비아냥거린 것이 흥미롭다. 국제적으로 좌충우돌하는 부시에 관한 가십을 윤색하기가 멋쩍었던 탓일까.
어쨌든 백악관 안주인 대변인이 '젊은 여성의 사생활을 존중, 논평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음주 미성년자를 벌금이나 사회봉사활동으로 엄하게 징계하는 것은 눈 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 가십을 다룬 신문에는 우리 청소년 관계법령의 미성년 기준이 들쭉날쭉이란 기사가 함께 실렸다. 정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만 18세와 19세 미만 등으로 각기 다른 기준 통일을 위해 청소년보호법을 '연 19세 미만'으로 개정한데 이어 다른 법률도 고칠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가 미성년을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한 음반ㆍ비디오ㆍ게임물법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각계 이해와 로비에 따라 미성년 기준이 엿가락마냥 늘었다 줄었다 하는 꼴이 됐다.
■선거 연령을 낮추는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정치권이 업계 이해가 걸린 사안에 한 통속이 된 배경은 분명 의심스럽다.
청소년의 '문화 향수권'을 내세웠지만, 청소년 유해매체 규제 폭을 크게 좁힌 명분으로는 어색하다. 16세면 운전면허를 주고 18세면 선거권을 주는 미국처럼 청소년 권리도 존중해야 하지만, 음주처럼 해로운 것에는 엄격해야 한다.
미성년 기준을 정할 때부터 딴 생각을 하고, 단속도 제대로 않는 사회가 청소년 보호를 외치는 것은 허울 좋은 위선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