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시위.과잉대응 자제…상대흠집 잡기 '비디오 촬영戰'노동절인 1일 서울 등 전국 도심에서 수만명이 운집한 대규모 집회가 열려 경찰과 노동계가 대치했으나 다행스럽게 모두 평화적으로 끝났다.
경찰은 합법 평화시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아래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노동 단체들도 과격 행동을 자제, 이날 집회가 평화시위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3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111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를 열고 ▦공공부문의 일방적 구조조정 철회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강제 합병 중단 ▦주 5일제 근무 쟁취 ▦구속 노동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서울에서는 민주노총 소속 2만여명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뒤 종로3가 교차로를 거쳐 광화문 방향으로 거리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경찰이 종각~광화문 구간의 행진을 저지하자 종각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시청 앞 광장에 집결, 정리집회를 가진 뒤 8시께 자진 해산했다.
노조원들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노동자 30여명을 앞세워 경찰 저지선 돌파를 시도하는 등 한때 몸싸움을 벌이고 경찰에게 계란 50여개를 던지기도 했지만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 4,000여명도 서울역 광장에서 노동자 대회를 갖고 거리 행진에 나서 오후 4시께 미도파 백화점 앞 차도를 점거한 채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충돌없이 50여분만에 해산했다.
이날 종각 부근에 저지선을 구축한 경찰은 노조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맨앞줄에 여경들로 구성된 이른바 ‘립스틱 라인’을, 2선에는 교통경찰과 정복 의경인 ‘비무장 라인’을 배치했으며 진압 경찰은 3선에서 대기했다. 경찰은 158개 중대 1만5,000여명을 주변에 대기시키고 물대포 2대, 유색 물총 등을 준비했으나 사용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남대문시장 근처에 ‘근로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노조원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는 색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주노총측도 한총련 학생들에게 과격시위 자제를 요청하고 시위 대열에 끼었던 건설운송노조의 레미콘 차량 11대를 돌려보내는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화염병 쇠파이프 등 과격시위 용품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과 노동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시위와 폭력진압을 채증하기 위해 대규모 영상팀을 동원, 폭력 감시 및 예방 효과를 거두었다. 경찰은 56개의 ‘영상채증팀’을 투입했고 노동계는 영상동아리와 영상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전 과정을 각각 홈페이지에서 중계했다.
그러나 차량통행을 막는 집회가 오후 내내 진행되는 바람에 도심 교통이 마비되고 주요 간선도로에서 정체현상이 빚어진 것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큰 불편이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김태훈기자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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