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밤 인권법에 대한 국회 투표는 국회 표결사들이 찬반 표시를 위해 일어선 의원들을 일일이 세는 종전의 기립표결 방식으로 진행됐다.단순히 찬반 수만 파악하는 기립표결은 의원 개개인의 표결내용이 기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 해 2월 일반표결 때 기립표결 대신 전자투표를 의무화했다.
의원 개개인의 투표내용을 리얼타임으로 파악ㆍ기록하는 '표결실명제'로 정책에 대한 의원의 책임감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국회는 전자투표 시스템 고장 때문에 법에 규정된 전자투표를 포기하고 기립표결로 되돌아갔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때도 국회는 같은 이유로 기립표결을 답습해야만 했다.
전자투표 시스템은 최첨단이라는 국회의 호언이 무색하게 본격 사용한 지 10개월 만에 고장나 5개월째 방치되고있다.
본회의장에 전자투표장치가 마련된 것은 1997년. 10억원을 들여 의석 마다 투표버튼을, 본회의장 왼편에는 의원의 출석 및 찬반표시를 알리는 대형전광판이 설치됐다.
당시 "전자 민주주의가 시작됐다"고 환영을 받았지만 정작 무기명 비밀투표 등 투표의 익명성에 탐닉했던 의원들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표결내용이 드러나는 게 꺼림칙하다"며 이용을 기피했다.
국회는 '준비부족' 등 온갖 이유를 댔고 결국 법으로 의무화하기까지 2년 여 동안 형식적으로 5번 사용한 것이 전부였다.
이 때문인지 의원들은 몇 번 쓰지도 않은 전자투표 시스템이 5개월 가까이 무용지물임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날림공사 여부, 고장원인을 따지는 의원도 찾기 힘들다.
디지털시대의 우리 국회 자화상중 하나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