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오늘'은 부조리극의 대명사인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를 개작, 재탄생시켰다. 이번엔 일본적 배경이다.원작의 무대인 응접실이 다다미방으로, 영국풍 복식이 기모노와 60년대 일본풍의 신사 복장으로, 고유명사가 모두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런던 브롬필드가에 있는 보비 왓슨의 응접실이 도쿄 신주쿠 거리의 와타나베 하루키의 다다미방으로 거듭난다.
시간의 흐름을 알리던 원작의 괘종시계 소리는 왈츠풍 음악으로 바뀌었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고 장황하기만 하던 1시간 30분의 대사는 55분으로 압축, 더욱 속도감이 붙는다.
1950년 반연극이라는 부제를 붙여 발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웃을수록 내면은 더욱 씁쓸해지는 현대인의 불안을 능청스럽게 그린다.
논리성을 포기한 대사들이 음악을 배경으로 쏟아지는 무대는 태엽이 감기면 주어진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운명의 뮤직박스가 된다. 현대인의 일상이 바로 그런 것이라는 작가의 블랙 유머다.
마침내는 극 첫부분에서 주인이 하던 대사를 손님이 마지막에서 꼭 같이 한다.
무대의 대사는 원문을 생략하거나 순서를 바꾸는 등 포스트모던적 기법을 따랐다. 각색ㆍ연출자 이수인씨는 "같은 섬나라인데다 극의 주요 모티프인 기차 여행이 발달했다는 점 등에 착안, 영국을 일본으로 치환시켰다"며 "극 자체는 일본적 문화와는 전혀 관계 없다"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해 '봄날의 재즈 딸기' '삼자외면' 등 작품에서도 언어의 무의미성, 관계 맺기의 불가능성 등을 파고 들었다.
오주석 유승일 민충석 등 출연. 4일~6월17일 오늘ㆍ한강ㆍ마녀.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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