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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低금리 중산층 가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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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물가,低금리 중산층 가계 '이중고'

입력
200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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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생활자 국민연금·소득세·주민세… '고정지출' 1년새 19% 상승금리생활자는 금리 2.3%P 급락탓에 이중고

공공요금이 선도한 물가상승에 따라 서울의 한 전형적인 4인 중산층 가계에서 차지하는 월 주요 '고정지출'비용이 일년 새 19%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예치금 이자에 의존한 한 노년 가계는 저금리 추세에 따라 이 기간 중 이자소득이 23% 감소하는 등 소득감소와 물가상승의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렸다.

이 같은 사실은 5월께로 예정된 통계청의 1분기 '가계수지동향'발표에 앞서 서울의 전형적 중견 봉급생활자라고 할 만한 K모(39ㆍ강남구 거주ㆍ대기업차장ㆍ그로스 연봉 5,100만원)씨의 가계부와 예금자산 3억원에 대한 이자소득 등으로 가계를 꾸리고 있는 L모(57ㆍ강남구 거주ㆍ사업)씨의 가계소득 변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파악됐다.

이번 분석은 물가상승과 금리인하가 가계의 현재 지출에 미치는 실질 부담을 측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지출을 '소비지출'과 '비소비지출'로 나누는 통계적 분류 대신, 대부분 가계에서 월 소득 가운데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주요 항목을 월 '고정지출'로 따로 추출해 지난해 4월과 올 4월의 지출액을 비교했다.

추출된 월 주요 '고정지출'은 K씨의 경우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소득세, 주민세, 사보험료, 수도료, 전기료, 도시가스료, 교통ㆍ통신비 등 9개가 됐다.

전업주부인 아내, 초등학교 5학년인 장녀 등 2명의 자녀와 함께 자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K씨의 경우, 4월 주요 '고정지출'의 총액은 지난해 동기의 80만3,520원에 비해 18.9% 상승한 95만6,140원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난해 의약분업에 따른 건강보험료의 잇단 인상으로 건강보험료 지출이 2만7,000원에서 4만8,600원으로 늘어 무려 61.4% 급증한 점이 두드러졌다. 또 유류값 및 전화요금 인상에 따른 교통ㆍ통신비 지출 역시 22만1,020원에서 28만8,060원으로 늘어 30.3% 증가했다.

K씨는 "이밖에 은행 대출 3,000만원에 대한 이자지급 지출만은 금리가 지난해 9.75%(고정)에서 현재 7.89%(변동)로 내려 월 5만원 정도 줄었지만, 자녀 교육비나 식료품ㆍ주거비 등 전체 소비지출을 감안할 때 대출이자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한편 두 자녀를 출가시키고 부인과 대학생 막내딸과 함께 살고 있는 L씨는 '고정지출'액의 상승도 상승이지만, 당장 이자소득 감소가 더 큰 문제라며 고심하고 있다.

L씨는 주식시장의 불안정에 따라 투자신탁에 자산을 맡기지 않고 3억원 중 1억원은 세금우대정기예금에, 나머지 2억원은 일반 정기예금에 들고 매달 이자를 받아왔다.

당시 금리가 8.2%였기 때문에 지난해 4월에는 167만4,000원을 받았으나 금년에 만기 후 동일상품으로 재예치한 후 금리가 5.9%로 떨어지는 바람에 올 4월 수령액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23%나 감소한 129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세대의 성격이 다른 점을 감안해 L씨의 월 '고정지출' 가운데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수도료, 전기료, 도시가스료, 교통ㆍ통신비 등 6개 항의 지출총액을 지난해와 비교한 결과, 올 4월 지출총액은 지난해 50만2,500원에서 28% 상승한 64만2,500원으로 늘었다.

L씨는 "나는 다행이 재취업을 해서 별도 근로소득이 있는 입장이지만 주위의 순수한 금리생활자들은 대부분 가계의 부담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분기별 '가계수지동향'은 전 계층의 도시근로자 평균치를 산출하는 것으로 계층별 체감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공공요금 인상 등에 따른 물가상승의 체감도는 대부분 봉급생활자의 경우 평균상승 폭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또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래 1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자 수가 지난 3년 동안 29만1,269명이라는 통계를 감안할 때, 저금리에 따른 이자소득 감소로 가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노년 가구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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