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노먼 독창회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첫 내한독창회(4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는 감동과 열광에 파묻혔다. 공연을 마치고도 기립박수가 길게 이어졌고 관객들은 한번이라도 그의 손을 잡아보려고 무대 앞으로 몰려들어 아우성을 쳤다. 그는 일일이 악수를 하며 미소를 보냈다.
1부 프로그램은 8개의 슈베르트 가곡이었다. '뮤즈의 아들'로 시작해 '마왕'으로 마무리된 1부에서 그의 노래는 최상은 아니었다.
깊고 따스하며 풍성한 음색에도 불구하고 좀 더 섬세한 서정이 아쉬운 연주였다. 그러나 '마왕'에 이르러 그가 보여준 절박하고 위력적인 표현은 2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은근한 유혹' '그대의 푸른 눈으로'등 5개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곡은 장대함과 섬세함, 찬란함으로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대양'또는 '검은 대륙'에 비유되는 이 위대한 가수의 심연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슈트라우스가 일으킨 폭풍은 풀랑으로 이어졌다. '몽파르나스' '사랑의 행로' 등 네 곡의 풀랑 가곡에서 자유로운 리듬과 미끄러지듯 흐르는 선율을 타고 전해지는 매혹은 천천히 뒤척이는 바다처럼 가슴 속에 물결쳤다.
앙코르는 더욱 뜨거웠다. 첫 곡인 슈트라우스 '헌정'의 절창에 넋이 나간 관객들에게 그는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와 흑인영가 세 곡을 더 선사했다. 특히 그가 직접 피아노를 치고 관객들이 허밍 코러스로 참여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지금 5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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