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위직원은 불과 30여명, 하지만 자원봉사자는 70배 가까운 2,000여명에 달한다.120여개국 1,2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제46회 일본 오사카(大阪) 세계탁구선수권대회(4월23일~5월6일)를 움직이는 '엔진'은 자원봉사자이다.
바닥의 휴지조각 하나를 놓치지 않는 70대 노인, 경기장앞 아사쇼바시(朝潮橋) 역에서 대회안내문을 나눠주는 아주머니, 팔에 한국어, 영어 등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통역요원, 교복위에 자원봉사자 점퍼를 걸치고 관중을 안내하는 학생들.. 이들이 받는 수고비는 하루 두 끼의 도시락과 지하철패스 그리고 자원봉사자용 자켓이 전부다.
조직위의 히가 나오코(比嘉直子ㆍ여) 과장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건 자원봉사자의 공"이라고 단언한다.
일본에서 자원봉사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떨어지기는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생활문화로 자리잡았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주경기장 주오(中央)체육관 야간청소를 맡는 노세 다케오(野瀨武夫ㆍ65)씨. 연금으로 생활하는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허드렛일을 자청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희망자들이 넘쳐 나 조직위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대회개막 1년 전 선발된 자원봉사자들은 수시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 인력은 이달 열리는 오사카 동아시아대회로 연결된다. 자원봉사가 사회시스템으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ㆍ일 두 나라는 2002년 월드컵대회 자원봉사를 모집하고 있다. 월드컵 준비의 비교잣대는 경기장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자원봉사자의 참여열기 같은 소프트웨어가 돼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과 올림픽처럼 대규모 국가적 행사 때 반짝하는 자원봉사가 아닌, 일본처럼 동네에서 늘 접할 수 있는 생활의 일부로서 자원봉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