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중ㆍ참의원에 헌법조사회가 설치되면서 본격화한 일본의 개헌 논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인의 개헌 발언이 잇따르고 있고, 무엇보다 국민 여론이 대단히 호의적이다.고이즈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9조의 개정을 '장기 과제'로 넘기고 대신 총리직선제 도입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3일 간행할 저서를 통해 독자적인 개헌안을 밝히고 나섰다. 이 개헌안은 육ㆍ해ㆍ공군 설치 및 자위권에 한한 무력행사 인정이 특징이다.
지난해 자유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수가 밝힌 안이나 97년 이래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의 구상도 같은 내용이다.
이미 자민당과 자유당은 물론 민주당내 보수파가 이런 개헌안에 찬성하고 있다. 다만 공명당과 사민당, 공산당, 민주당 진보파의 반대가 워낙 크다.
헌법 9조 개정론의 골자는 어느모로 보나 군대인 자위대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그대로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타국의 영토ㆍ영공ㆍ영해가 아니라는 조건을 달아 부분적으로 인정해 온 무력 행사를 모두 인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헌법 9조의 개정이 현행 '평화 헌법'의 기본 정신을 버리는 것인 만큼, 일단 빗장이 풀리면 걷잡을 수 없이 '재무장론'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여론은 꾸준히 개헌 지지쪽으로 다가서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 따르면 80년대까지 20%대였던 찬성 여론이 98년 52%에 이른 이후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다.
환경권과 국민 주권 명시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더 이상 개헌을 금기로 여기지는 않는다. 개헌 발의 요건인 중ㆍ참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은 아직 요원하다.
따라서 2004년말 중ㆍ참의원 헌법조사회 활동이 끝나고 개헌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2005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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