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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단 訪北의미 / EU, 한반도 영향력확대 好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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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단 訪北의미 / EU, 한반도 영향력확대 好機

입력
200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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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 외교무대에 유럽연합(EU)이 들어선다.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대북 관계를 개선해 온 EU는 현재 15개 회원국 중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이 북한과 수교한 상태이며, EU 차원의 관계정상화도 눈앞에 두고 있다.이처럼 북한과의 양자간 관계개선에 주력해 온 EU는 절묘한 시기에 대표단을 평양에 파견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시도할 기회를 맞게 됐다.

EU의 대북 관계는 인도적 지원에서 출발했다. 1995년 대규모 수해 때 처음 시작된 대북원조는 이제 2억 유로(약 1억8,000만 달러)를 넘었고, 최근에는 식량 지원에서 농업과 전력시설 개선 등 인프라 구축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위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사업에도 7,500만 유로를 제공했다.

EU가 대북정책을 정치적 영역으로 확대할 기회를 맞은 것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와의 차별화로 가능해진 것이다.

EU와 북한은 1998년 첫 정치대화를 시작한 후 지난 해까지 3차례나 만났고, 현재까지도 미국과는 달리 북측을 포용한다는 정책의 틀을 바꾸지 않고 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초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대북수교를 제의하는 등 수교협상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번 대표단 방북을 통해서도 EU측은 정책을 재검토 중인 미국 등이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성과를 얻어보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EU 관계자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 북미 미사일 협상 문제에 있어서의 전령, 또는 중재자 역할을 시도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EU측이 우리측이나 미국이 본격 거론하지 못한 북한 인권문제를 주요 의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차별화해 보겠다는 속셈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EU가 한반도에서 결정적인 이해관계나 지렛대를 보유하지 못한 만큼 이번 대표단의 방북이 평화무드 지원 차원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도 EU와의 관계 개선으로 경제적 지원을 우선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EU 대표단의 방북 성과는 유동적인 한반도 상황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U 대표단 3인방

2일 북한을 방문하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은 EU 의장국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52) 총리, 하비에르 솔라나(61) EU 공동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크르스토퍼 패튼(57) 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페르손 총리는 사상 처음 북한을 공식 방문하는 서방국의 현역 정상으로 기록된다. 이번 방북 추진에도 그의 개인적 의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시절 빈병수집을 해야 했던 그는 대학을 중퇴한 뒤 1979년 29세의 나이로 의회에 진출, 1996년 사민당 총재로 선출된 뒤 총리에 올랐다.

그는 특히 지난해 말 노벨평화상 수상식 참석차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 중재 역할을 요청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후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EU가 한반도 화해기류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솔라나 대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 사무총장으로 보스니아와 코소보 사태 해결을 지휘, 명성을 떨친 평화협상의 전문가다.

그는 대학시절 프랑코 군사정권에 반대하다 재적당했으며, 1964년 군사정권 하에서 불법 단체였던 사회당에 입당한 뒤 1992년 외무 장관을 지냈다. 코소보사태에선 뛰어난 협상능력을 발휘,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정치인 중 한명"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패튼 위원은 영국의 마지막 홍콩 총독으로 아시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옥스퍼드대를 나와 1966년 보수당에 입당한 뒤 89년 해외개발ㆍ환경 장관을 역임하고 당수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1992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승리를 이루어내고도 본인은 낙선하는 불운을 겪었다. 1997년 5년의 홍콩 총독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북아일랜드 문제를 담당하다 EU 대외관계 담당 위원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했다.

권혁범기자

■베이징 北대사관 표정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북을 맞는 북한은 서방 취재진들에게 신속히 비자를 발급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한국기자 8명을 포함, 서방취재진 75명에게 비자를 발급하기로 스웨덴 정부와 약속한 북한측은 30일 베이징(北京) 건국문 인근 북한대사관 영사부를 통해 30여분만에 비자를 발급, 까다로운 면접을 예상했던 취재진들을 놀라게 했다.

북한대사관 건물과 함께 있는 단층 건물의 북한 영사부에서 북한 직원들은 한국일보를 비롯한 한국기자단에게 사진 2장이 첨부된 비자발급 신청서를 간략히 받은 뒤 즉석에서 이틀 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발급했다.

간단한 면접도 생략됐다. 북한이 발급한 취재 비자는 여권내에 첨부하는 게 아니라 여권크기의 별도 종이에 인쇄된 입국사증. 사증에는 사진과 입국자의 신상, 유효기간, 여권번호 등이 기재돼 있다. 이 비자는 북한입국시 북측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비자 발급에서 재미있는 점은 북한 영사부가 서방취재진들로부터 받은 25~50달러의 비자수수료. 한국기자단은 1인당 45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했지만 미국 기자들은 50달러, 스웨덴 기자들은 25달러의 수수료를 냈다.

바로 눈앞에서 수수료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서방취재진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 서방기자가 왜 수수료가 나라별로 다르냐고 묻자 북한 영사부 직원은 "나라마다 사정도 다르고 제각각인데."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비자발급이 이뤄진 북한 영사부 건물은 방북취재 정보를 주고받는 정보교류의 마당이 됐다. 10년간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1995년 방북했던 포르투갈 통신사의 안토니오 카이로 기자는 "스웨덴 총리의 방북은 유럽연합(EU)의 개입(engagement)정책의 산물이지만 북측도 EU의 협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북한이 쉽사리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갈 수는 없겠지만 이와 관련한 약속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진과 함께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갈 스웨덴 외무부 직원들은 29일부터 캠핀스키호텔과 스웨덴 대사관에 상주하면서 취재진들의 편의를 도왔다.

베르틸 외비우스 스웨덴 외무부 공보책임자는 "평양측은 취재진들을 위해 50회선의 국제전화를 마련하는 등 협조적인 분위기"라고 북측 분위기를 전했다. 스웨덴측 선발대와 방송기술진들은 30일 평양에 미리 들어갔다.

○.16개국 75명으로 구성된 취재진은 스웨덴(10명)을 비롯한 EU국가들과 한국(8명), 미국(7명), 일본(8명) 취재진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측에는 CNN, NBC, AP, 뉴스위크 등이 일본측에서는 요미우리, 아사히신문, NHK 등이 포함됐다. 스웨덴측은 "지역적 사정을 고려해 명단을 확정했으며, 북측은 75명이라는 상한선만을 제시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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