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의회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부패 의혹 1차 소명 수용을 거부, 2차 해명요구서 발부를 결의함에 따라 와히드는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이날 표결에서 집권 국민각성당(PKB)과 애국민주당(PDKB)이 2차 해명요구서 발부를 반대한데 반해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이끄는 민주투쟁당(PDIP)을 비롯한 7개 정파 의원 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으며 군 및 경찰 대표는 기권했다.
이로써 수하르토 군사 독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것이라는 국내외적인 기대를 모으면서 지난 1999년 10월 탄생한 와히드호(號)는 출범한 지 19개월만에 난파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와히드는 향후 1개월 이내에 금융 스캔들과 관련해 정치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소명을 할 경우 이론적으로 탄핵 시도는 중단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이 실현되기는 거의 어렵다.
와히드는 집권 당시 다른 정파들과 권력 분점을 약속, 거국내각을 구성했으나 지난 해 4월 PDIP와 골카르 소속의 장관 2명을 사전 협의 없이 교체한 것이 정적들의 반발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와히드는 금융 스캔들과 관련해 무슨 해명을 하더라도 수용될 리가 만무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차 소명 시한으로 정해진 향후 한달간 정면 돌파나 타협책 제시를 통해 위기상황 극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와히드는 하야 압박이 고조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최대 이슬람단체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들을 동원해 헌법 수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거나 정적들을 위협, 탄핵 압력 무력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력 시위를 통한 정권 유지에 집착할 경우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 정적들의 입지가 더욱 넓어질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와히드는 타협을 통해 벼랑끝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와히드가 지난 27일 전국에 생중계된 국영 TV방송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메가와티 부통령을 칭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향후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메가와티를 설득하는 방안으로 지난 해 8월 약속한 국정운영권 분점 약속의 실질적 이행과 개각을 통한 PDIP 인사의 대규모 입각, 각종 부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의 신변 보장 등을 제시할 공산이 매우 크다.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도 이날 "2차 해명요구서 발부는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정 개선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며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시사해 와히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자타르타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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