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6 재ㆍ보선 패배의 여파로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대권행보 자제 압력 때문에 당내 차기 주자들이 여러 가지로 난처해졌다.민주당 이재정(李在禎) 연수원장 등은 아예 대권활동 중단선언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 등 당 지도부도 여기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차기 주자진영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다.
정치인이 다니면서 강연하고 사람 만나는 일은 '본업'에 속하는데 획일적 잣대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30일 최고위원회의 참석에 앞서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차기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의 모든 행보를 대권과 연결시켜서는 곤란하다"면서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은 집에서 잠이나 자라는 말이냐"며 자극적인 어법까지 동원했다.
노 상임고문은 오히려 "앞으로 강연을 열심히 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가장 활발한 '대권 행보'를 해 온 이인제(李仁濟)ㆍ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측도 곤혹스럽다는 표정과는 달리 "(활동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의 한 핵심측근은 "정치인은 숨 쉬는 것도 정치고 차기 주자들은 숨쉬는 것도 대권행보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어떻게 기준을 정하라는 말이냐"며 푸념했다.
이 최고위원은 9일부터 러시아를 다녀온 뒤에도 강연 요청을 마다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 최고위원측도 "원래 활동이 요란스럽지 않았고 강연 때마다 개혁의 당위성을 외쳤는데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권의 성공이 정권 재창출의 토대"라며 대권행보를 자제해 온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측도 정중동(靜中動)을 유지할 계획이다.
차기 주자들은 다만 강연 내용을 쟁점현안에 대한 해법 위주로 바꾸고 대권과 관련한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는 선에서 수위를 조절해 나간다는 생각인 것 같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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