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찬호가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불펜에 대기하면서도 등판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쉽게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앞으로 찬호가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할 것으로 생각한다."3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박찬호(29ㆍLA 다저스)를 8회부터 구원한 마이크 페터스는 박찬호가 생애 첫 노히트노런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료들도 언젠가는 박찬호가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그에게는 150㎞대의 강속구와 낙차큰 브레이킹 볼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는 무산됐지만 말이다.
"3,4회부터 노히트노런을 의식했다"는 박찬호의 말처럼 이날 그의 구위는 19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최고였다. 7회1사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고 1점도 내주지 않았다.
1회초 3번타자 스코트 롤렌을 볼넷, 5회초 개리 베네트를 3루수 실책으로 1루에 진루시켰을 뿐이었다. 7회초 첫 타자 롤렌을 3루수앞 땅볼로 잡아 대기록의 꿈을 키워가던 박찬호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보비 아브루 타석때.
볼카운트 1-3에서 던진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때려 우측담장을 넘긴 아브루만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대기록을 노려볼만한 상황이었다. 단 1개의 실투 때문에 노히트노런의 꿈이 무산되고 만 셈이다.
페터스는 "노히트노런을 노렸으면 볼카운트 1-3으로 몰린 상황에서 정면대결을 펼치지 말았어야 했다. 4-0으로 리드하고 있어 쉽게 승부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56㎞에 달하는 등 7이닝동안 홈런 1개 등 2안타 1실점으로 막으며 삼진을 10개나 잡아낸 박찬호의 역투덕분에 LA는 4-1로 이겼다.
볼넷을 1개만 내줬을만큼 완벽한 제구력을 앞세워 3전4기끝에 3승(2패)째를 따낸 박찬호는 방어율도 3.63으로 낮췄다. 마운드에서만 빛난 게 아니었다.
투수전이 전개되며 팀이 1- 0으로 앞선 5회말 1사 2루에서 우측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를 때려 귀중한 타점 1개를 올렸다.
"비록 노히트노런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정말 잘 던졌다. 그리고 이겨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박찬호는 이날 구위만 놓고 보면 조만간 메이저리그 최고투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포수 글러브 크게 보였다"
기록을 놓친 투수들에게 물어보면 흔히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박찬호는 30일 필라델피아전 후 "3회가 지나면서 노히트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히트 노런을 놓쳐서인지 오랜만의 승리임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덤덤해 보였다.
_노히트 노런을 언제부터 의식했는가.
"3회를 마쳤을 때부터 의식을 하고 있었다.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공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던졌다. 7회 노히트가 깨졌을 때도 허탈해 하지 않고 경기에 다시 집중을 했다. 노히트를 하기에는 투구수가 많았다.
7회 보비 애브루에게 첫 안타이면서 우월 솔로홈런을 맞았을 때는 볼 카운트가 1_3으로 불리했다. 그러나 던지고 싶은 곳에 제대로 던졌다. 변화구에 강한 타자여서 직구로 몸 쪽 승부를 했는데 홈런이 됐다."
_오늘 상당히 위력적인 투구를 했다.
"투구에 집중이 잘 됐다. 기분도 좋았고. 어떤 타자에게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만 생각했다.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포수 글러브도 유난히 크게 보였다.
스트라이크를 직구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전력 투구를 했다. 직구가 괜찮으니까 변화구도 잘 들어갔다. 몸 쪽 직구가 살아난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됐다."
_아버지(박제근씨)가 관전했는데 힘이 됐는가.
"오늘 구장에 오셨는데 별 말씀은 없으셨다."
/로스앤젤레스=장윤호 특파원
■LA감독 "노히트땐 150개까지 던지게 했을것"
짐 트레이시(LA 다저스 감독)=자랑스러울 정도의 투구를 했다. 대단한 투구였다. 선발 투수의 승리를 지원할 만큼의 공격도 해줬다. 오늘 박찬호의 투구는 4월 3일 밀워키와의 개막전 승리 때를 생각나게 해줬다. 비슷한 내용이다.
박찬호는 볼넷만 많이 주지 않으면 항상 팀이 승리할 수 있을 정도의 구실을 해준다. 6회말에 스퀴즈 번트까지 해서 추가점을 뽑은 이유가 박찬호와 우리 불펜과의 관계 때문이다. 박찬호와 우리 불펜의 투수력이면 4점차는 충분히 지킨다는 계산에서였다. 박찬호는 타격도 잘해 2루타를 날렸다. 공격에서도 보탬이 됐다.
노히트를 하고 있는 투수를 교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노히트만 깨지지 않았으면 150개까지는 던지게 했을 것이다.
▲래리 보와(필라델피아 감독)=우리 선발 랜디 울프도 잘 던졌다. 그런데 박찬호는 더 잘 던졌다. 승패가 거기에서 갈렸다.
▲짐 콜번(LA 다저스 투수코치)=지난 경기와의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집중력이다. 침착하게 경기에 집중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힘이 무엇보다도 돋보였다.
▲마퀴스 그리섬(LA 좌익수,4회 결승 좌월 솔로홈런)=오늘 승리는 전적으로 선발 투수인 박찬호의 몫이다. 나도 놀랄 정도로 잘 던졌다. 선발 투수가 그렇게 던지면 쉽게 이길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