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가 낮은 전통 약주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순당 '백세주'가 거의 독점해 온 시장에 주류 명가인 진로와 두산이 가세했기 때문이다.진로는 국화를 우려낸 물에 더덕, 칡, 생강 등 14가지 약초를 곁들여 빚은 14도짜리 증류주 '천국(天菊)'을 지난달 25일 출시했다.
알코올 함유량 13도 이하를 의미하는 주세법상의 약주는 아니지만 사실상 '백세주'의 텃밭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진로 관계자는 "'천국'은 기존의 경쟁제품과 달리, 누룩을 쓰지 않고 약초의 진액을 다려낸 증류주여서 발효주처럼 텁텁하지 않고 상큼한 게 특징"이라며 "저도주를 선호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두산은 4월 초 13도짜리 '군주(君酒)'를 선보이며 약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산은 '군주'가 조선시대 궁중비법을 사용한 전통주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국적인 판매망을 이용해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오랜 주류제조 경력과 넓은 유통망, 생산라인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직영대리점을 통한 유통방식에 의존하는 중소업체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호언했다.
1992년 국순당이 '백세주'를 시판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약주시장은 저도주 선호경향과 맞물리며 연간 1,000억원 대 시장으로 급속 성장해 왔다.
메이저급 업체인 진로와 두산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 틈새시장의 무한한 성장 잠재력 때문. 백세주가 수성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과연 약주 애호가들의 취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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