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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미아리소녀 "이젠 울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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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미아리소녀 "이젠 울지 않을래요"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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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다시 울지 않는다.'갈 곳 없던 '미아리소녀(본보 24일자 31면)'가 드디어 새 삶의 둥지를 틀었다. 26일 오후 A(18)양은 많은 이들의 배려로 서울 모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저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고맙습니다."

A양의 딱한 사연이 보도되자 대검은 그가 마약 중독을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소개해주고 요리 학원비도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지난 3월부터 실시된 마약자수기간을 활용, A양을 자수 처리키로 한 것. A양은 앞으로 3개월간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첫걸음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절차상 서류 처리를 위해 찾아간 서울지검 마약사범 수사실에서 소녀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수사관이 마약을 공급한 일당의 인적사항을 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래도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을 가져 준 유일한 사람들인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은 외톨이 소녀의 처지를 감안, 이례적으로 A양의 과거도 묻지 않기로 했다.

A양은 이제 고통스러웠던 '미아리 일기'는 접고 틈틈이 '새 꿈을 새 일기에' 담아 나갈 생각이다. "몸과 마음 곳곳을 멍들게 했던 생채기가 아물면 더 단단해진다"는 한 독자의 격려 편지를 전하자 소녀는 울긋불긋 봄 꽃처럼 활짝 웃었다.

그리고 마약의 부작용으로 혀가 굳은 탓인지 힘겹게 말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한 모든 분께 꼭 편지 한 장 쓸게요."

150㎝ '꼬마'가 보금자리를 마련하던 날, 전자메일과 전화로 그녀를 돕겠다고 연락을 준 많은 사람들은 "쉴 곳을 마련했으니 아픈 기억을 훌훌 털어내고 옷깃을 스치는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는 그런 소녀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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