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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흥례문 복원 원칙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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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흥례문 복원 원칙대로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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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복궁 복원사업의 3단계공사인 흥례문 복원공사가 중단돼 계획대로 사업이 끝나기 어렵다고 한다.올 상반기 안에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것을 목표로 진행된 복원공사가 흥례문 자체 공사는 다 됐지만 주변 정리공사를 놓고 사업주체인 문화재청과 광화문 안 광장 관리 주체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1915년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지으면서 성토를 해서 지반이 최고 1.8m나 높아져 그대로 두면 복원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광장의 흙을 파내 원래의 지반대로 해야 흥례문과 근정전 등 전각들과 같은 지평이 된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주장이다.

반면 국립박물관 측은 광장의 흙을 파내면 박물관 건물이 그만큼 높아져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주기때문에 흙을 파내는 면적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사를 2개월이 넘도록 중단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1997년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의욕적으로 착공돼 올해 7월 준공할 예정이지만 공사중단이 길어지면 연내 준공은 물건너 간다.

경복궁은 조선시대의 정궁이다. 밖에서 왕이 머무는 근정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광화문을 지나고, 다시 흥례문을 지나야 했다.

이 흥례문은 왕의 근위대가 지키던 곳으로, 일제는 조선의 맥을 끊는 상징적인 의미로 흥례문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곳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은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동시에 일제에 의해 왜곡된 문화재를 본 모습대로 돌려놓는 중요한 사업이다.

광장의 흙을 1.8m나 파낸다면 국립박물관 측의 주장대로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제에 의해서 높아진 지반을 깎아내지 않고는 문화재의 본래 모습을 찾아준다는 문화재 복원의 의미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이미 97년에 설계를 끝내고 공사를 시작한 사업을 설계단계에서는 지적하지 않다가 지금와서 반대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가 않다.

따라서 문화유산 원형복원의 진정한 의미를 관람객들에게 충분히 홍보한다면 다소간의 불편이 따르더라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미래를 내다보는 긴 안목에서 박물관 측의 현명한 결단을 바라며, 문화재청도 박물관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단된 공사를 하루 속히 재개하고, 이어서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복원사업도 순차적으로 이루어져 문화국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육철희ㆍ신시민운동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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