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조짐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물가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저성장-고물가가 동시에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형적 초기 징후가 아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마당이다.이런 상황에서 인플레 심리가 사회 저변에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치밀한 물가관리 등 비상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측은 엊그제 보고서에서 올 2ㆍ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전년동기대비), 연평균 상승률을 4.3%로 내다봤다.
이것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를 넘을 것으로 내다 본 한국은행의 최근 전망과도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라 긴급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이 같은 물가 상승은 주로 대외 요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에 더욱 어려움이 있다.
올들어 원화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등 수입물가가 올라 전반적인 인플레 압박을 가하고 있다. 환율 상승이 수출에는 바람직하지만 물가에는 주름살을 끼쳐 정책적으로도 심각한 딜레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측이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해 달러당 엔화 환율을 140엔 대까지 용인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원화 가치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주 말의 경우 엔 환율 급등에 따라 원화도 달러당 하루에 14.3원이나 올랐다.
물가와 경기불안으로 인해 금융시장까지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최근 국고채 등 채권값이 추락하는 등 시장에 난기류가 덮쳐 한국은행이 급기야 투신 등 금융권에 4조6,000억여원의 긴급자금 공급에 나서게 된 것도 근본적으로 이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실세금리(채권유통수익률)는 치솟는데 은행의 실질 공금리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마이너스수준에 있는 등 물가와 금리 질서의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
자칫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게 되는 최악의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산 조기집행 등으로 인한 시중 자금 증가가 경기회복 보다 물가 상승만 부추기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경우 그야말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구조조정과 경기 회복 등 모든 측면에서 긴요한 저물가-저금리의 거시경제 안정기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공공요금인상 억제 등 물가관리에 조금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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