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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은 '부통령' 역할은 '실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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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은 '부통령' 역할은 '실세 총리'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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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100일은 곧 체니의 100일'.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 딕 체니가 미 역사상 유례없는 '실세 부통령'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자유로이 만날 뿐아니라 중요 현안에 빠짐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부시는 간판이고 실제 일은 체니가 한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지적처럼 그는 미 행정부를 공격적인 보수화 정권로 탈바꿈시킨 사실상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 이양 업무를 총괄했던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후견인 로널드 럼스펠드를 국방부 장관에, 친구 폴 오닐을 재무부 장관에 포진시켰다. 뿐아니라 미 헌정사상 어떤 부통령도 맡은 적이 없는 연방예산 검토위원회를 이끌며 대통령에 대한 보고없이 각 부처 예산을 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

외교안보정책에 적극 관여하는 부통령도 체니가 사실상 처음이다.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대 중국 문제는 물론, 지금까지 북한, 대만, 이라크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한 모든 결정에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앤드루 카드 백악관 수석 보좌관과 함께 참여했다.

게다가 그는 독자적인 안보정책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각료들에게 가는 모든 안보 브리핑 내용을 입수해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최대 쟁점인 에너지 문제 해결의 전권도 체니 부통령에게 있다. 각 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정책팀을 이끌고 에너지난 해결을 위한 보고서를 5월에 내놓을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의 증설을 중지하고 알래스카, 록키 산맥 등을 개발,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는 내용의 이 대책은 석유회사 핼리버튼사의 회장을 지냈던 그가 20년 전 내놓았던 구상이다.

체니는 100일 동안 단 한 번 공개 연설도 하지않았고, 지난주 CNN의 래리 킹 쇼에 나온 것을 제외하면 어떤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버트 웩슬러 의원(민주) 등 정가에선 "체니가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낸 켄 듀버스타인은 한술 더 떠 "미국은 역사상 처음 대통령과 총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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