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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서울대를 5년제 대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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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세상] 서울대를 5년제 대학으로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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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물리학부 장회익 교수와 국문학과 조동일 교수가 우리 나라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서울대학이 학생을 뽑지 않고 다른 국립대학의 학생들에게 위탁교육을 시키거나 전국 국립대학 통합과정을 만들어 그에 따라 교육을 실시하는 개혁안을 내놓았다.평생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아온 두 노교수님들의 사뭇 파격적인 제안에 대학 안은 물론 교육계 전반에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본인도 거의 1년 전 한국일보의 지면(2000년 5월 22일)을 통해 제기했던 교육개혁론의 요지를 일부 수정하여 다시 한번 토론장에 올려놓으려 한다.

서울대학이 갑자기 학생을 뽑지 않는다는 계획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감안하여 나는 오히려 서울대학을 5년제 대학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몇 년 전부터 채택한 학부제는 학생들에게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일단 바람직하지만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은 제도이다.

학문분야를 스스로 선택하게 되면 그만큼 학문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져 학문을 평생의 업으로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학부제가 노린 효과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전혀 딴판이다. 학부제를 실시한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 수가 그 전에 비해 오히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불황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학부제의 구조적인 결함에도 원인이 있다. 첫 2년을 이른바 탐색과정으로 보낸 후 남은 2년으로는 충분한 전공교육이 불가능하다.

전공이 확정된 후 3학년 과정을 예전 1학년처럼 놀아버린 학생들은 4학년이 되어도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 학문의 길을 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 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젠 대학원 교육까지 저질화되고 있다. 학부에서 제대로 전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진학한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예전에 학부에서 하던 기본교육을 다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왕에 시작한 제도이니 그대로 유지하되 처음 2년은 인문학 위주의 교양교육을 폭넓게 실시하고, 그 대신 학생들이 택한 전공분야를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학제를 5년으로 늘렸으면 한다.

선진국에도 5년제 대학은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젠 우리도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를 스스로 개발하여 과감히 시행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국가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아도 긴 교육과정을 1년 더 늘린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 고등학교에서 진정한 의미의 '고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는 자식이 아무리 많아도 절대 체조선수를 만들고 싶지 않다.

코마네치가 만점을 받은 이후 체조경기는 실수가 거의 모든 걸 결정하는 종목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오랜 기간 엄청난 반복 연습을 거쳤어도 한번의 실수로 금메달과 서울대가 날아간다.

뇌세포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창조적 교육은커녕 반복훈련만 받고 있다. 국가 전체로 볼 때 엄청난 손실이다.

새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구조로 5-5-5제를 제안한다.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그리고 대학교를 5년까지로 재편성하자는 말이다.

현행제도에 비하면 2년 일찍 대학에 진학하여 1년 더 전문적인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도 1년 일찍 졸업한다.

하지만 모든 일반대학들이 다 5년제일 필요는 없다. 대학마다 특성과 여건에 맞도록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이다. 서울대학을 비롯한 몇몇 원하는 대학들은 5년으로 늘려 진정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둥지를 제공하자는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1년 또는 길어야 3년 과정의 '특화대학(벤처대학 또는 전문대학)'들을 많이 만들어 요즘 벤처기업들에서 원하는 특정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

빌 게이츠도 일찍이 이런 특화대학이 있었으면 아예 하버드 대학에 진학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폐 위기에 있는 일반대학들이 특화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 10년을 마치고 특화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새롭게 제정된 만 19세 성인이 됨과 동시에 혼자 힘으로 돈을 벌어 살 수 있는 사회인이 될 수 있다.

많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매력이 될 것이다. 공부란 왜 해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저절로 하게 된다.

새로운 5-5-5제 안에서는 기술을 익혀 하루빨리 사회에 진출하고 싶은 아이들은 특화대학에, 그리고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은 일반대학에 진학하면 된다.

높은 취업률을 앞세워 일반대학과 당당히 학생유치 경쟁을 벌이려는 전문대학들이 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많은 학생들이 이른바 특화대학을 거쳐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젊은 세대의 속성을 생각할 때 그리 머지 않아 특화대학들에 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들은 자연스레 학자만을 양성하는 대학들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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