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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 사람] IOC 위원장 출마한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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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 사람] IOC 위원장 출마한 김운용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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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金雲龍ㆍ70)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IOC위원장이 어떤 자리인가! '세계 스포츠계의 대통령' '유엔사무총장 이상의 영향력' '국제 체육계의 교황''일거수 일투족, 그의 24시간이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사람'등등의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이 자리에 그가 도전했다. 지금까지 IOC위원장은 7명. 모두 유럽인 아니면 미국인이었다.

서구권의 백인이 아닌 유색인이 이 자리에 도전해본 적도 없었다. 7월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선거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누구 말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이 자리에 도전한 것 자체로 흥분할 만한 일이다.

_당선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그날 가봐야 알겠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보도도 나옵디다. 나야 출마하는 입장이니 당연히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해야겠지만." 이번 IOC위원장 선거에는 모두 5명이 출마했지만 김 위원장과 벨기에 출신 IOC위원인 자크 로게(59)의 2파전으로 좁혀졌으며 아직은 누가 이길지 모른다는 게 외신보도다. 그러나 LA타임스 등은 김 위원장이 우세를 점쳤다.

_IOC위원 123명 중 절반이상이 유럽(57명)과 미주(24명) 지역 출신인데 어떻게 2파전으로까지 좁힐 수 있었습니까?

"국제경기연맹위원장을 16년 하면서 지지자가 많이 생겼다고 봐야겠지요. 또 서울올림픽을 유치해 성공적으로 개최한 거나, 올림픽게임 TV중계권 협상 성공, IOC위원으로서 후진국 스포츠 육성 지원 등에 대한 공로도 인정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크 로게나 캐나다에서 출마한 리차드 파운드는 2년 전부터 운동을 해왔지만 나는 4월3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단 말이에요.

2년 동안 운동해온 사람과 불과 한 달 운동을 한 사람이 각축전을 벌일 정도라면 나에 대한 지지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오? 물론 당락은 그날이 되어봐야겠지만 말이오."

그의 말을 들으면 자리가 자리인 만큼 선거전이 치열하다 못해 지저분한 구석도 있다.

"내가 출마하고, 또 내가 당선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도니까 그 쪽에서 선거규정을 까다롭게 만들어서 돌렸어요.

4월17일에 만든 이 규정을 보면,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IOC위원을 못 만나게 해 놓았어요.

이 규정 때문에 KOC가 며칠 전 잠실에서 개최한 올림픽박람회에도 박람회와 직접 관련이 없는 위원을 초청도 못하게 됐지요.

자기네는 2년간 IOC 자금으로 별 짓 다해왔으면서 말이오. 몇 사람은 이 규정에 반발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그랬소. 그런다고 내가 선거운동 못할 것도 아니고 지지자가 돌아설 것도 아닌데‥."

_유럽과 미국 언론들이 김 위원장이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뇌물스캔들에 연루됐느니 하면서 한동안 공격을 많이 했지요.

다 해결된 걸로 아는데 왜 그렇게 김 위원장 흠집내기에 그 쪽 언론이 앞장섰을까요?

"솔트레이크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위원회에서 FBI가 1만 쪽이나 되는 기록을 가져갔는데 나와 관련된 건 한 쪽도 못 찾아냈소.

스캔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공격을 받은 거지요. 앵글로 색슨 쪽 언론이 주로 그랬는데 사마란치 현 위원장 후임으로 내가 가장 강력하게 떠오르니까 나를 물어 뜯은 거요.

그 사람들은 IOC위원장을 유럽이 놓쳐서는 안 된다, 올림픽이 유럽에서 시작된 건데 왜 밖으로 내보내느냐 뭐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

그 때 흑색선전을 보면 별 게 다 있어요. 내가 위원장이 되면 IOC본부를 서울로 옮길 것이다, 그러니 반대해야 한다.

이런 것도 있고, 아예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을 만들어 아프리카 출신 IOC위원을 10여명 쫓아내고 유럽인을 새로 20여명 밀어넣었잖소. 출마 선언한 이후부터는 보도태도가 달라지긴 했습디다만."

_그럼 이번 선거를 백인과 유색인종의 대결로 보아도 되겠습니다?

"에이, 그럴 건 아니오. 세계화 시대이고 우리는 세계인인데. 유럽에도 내 지지자가 많소."

일부에서는 올해 만 70세인 김 위원장이 다른 후보보다 훨씬 고령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IOC위원장 임기는 8년인데 한 번 4년 연임을 할 수 있게 되어있으니 로게나 파운드가 당선되면 12년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IOC위원장 정년이 80세이므로 김 위원장은 8년밖에 못하게 돼 이번에 김 위원장을 밀고 차기를 보장 받겠다는 전략을 세운 후보도 있다는 것이다.

_그런데 IOC위원장이 되신다면 무얼 하실겁니까?

"올림픽 이념을 되살리는 거지요. 지금 IOC의 문제가 뭔지 아시오? IOC가 스포츠를 대중화한 건 잘한 일이지만 대중화가 되니까 메시지 전달력이 높다고 보고 정치가 개입했잖소.

올림픽 보이콧이 바로 그거요. 그 다음엔 상업자본이 끼어들었소. 또 올림픽이 너무 거대해져 이제는 웬만한 나라는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게 됐어.

이런 문제들이 결국 청소년 교육에 이바지하고, 인류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 이념을 크게 망쳐놓은 거요.

올림픽 이념이 없어지면 IOC라는 건 이벤트나 열면서 커미션이나 받아 챙기는 브로커 조직 밖에 안 됩니다.

IOC는 그러면서 20세기를 넘겼는데 21세기에는 다시 올림픽 이념을 되찾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오."

_지금 사마란치 위원장도 개혁을 한다고 해오지 않았나요?

"사마란치의 개혁이란 게 좀 우습습니다.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도시를 IOC위원들이 방문할 수 없도록 했는데 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거지.

그런데 이게 사실은 전체 IOC위원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오. 또 매수가 있다면, 꼭 유치희망 도시에서만 이뤄질 거라고 보시오? IOC위원은 200달러 이상의 선물은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도 만들었어요.

선물 규제한다고 개혁이 되는 거요? 유럽 가면 헤르메스 스카프 하나도 200달러가 넘고 우리나라 홍삼제품은 1,000달러가 넘어요.

이번에 출마 선언하면서 근본적 개혁을 추진하되 이런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은 고치겠다고 했더니 반응이 좋습디다.

내가 당선되면 올림픽 유치 희망도시 방문을 허용하겠다. 비용은 IOC가 부담한다 이러니 다들 좋아합디다."

그는 또 IOC가 IOC위원간의 인간관계를 파괴했다고도 말했다. "IOC는 엄밀히 말하면 NGO, 자원봉사단체 입니다.

IOC위원은 자원봉사자이고. 한국일보 창업사주인 장기영(張基榮) 전 IOC위원도 그런 말을 했는데, 우리는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임명하는 것도 아니란 말이오.

올림픽 이념을 전파하고 스포츠에 헌신하겠다는 열의에서 이 일을 하는 건데 무슨 스캔들을 파헤친다며 사정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한다더니 누가 돈을 먹었느니 하면서 결국은 위원들간의 인간관계를 망쳐놓았소.

이런 것도 고칠 생각이오. 올림픽 위원회가 200개국 가까이에 설치됐지만 몇 나라 빼고는 아주 가난해요. 종이도 못 사고 사무실 운영비도 없어 쩔쩔매는 나라가 대부분이오.

위원장이 그런 나라 사람들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에서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몰았으니 이게 말이 안되지요."

_사마란치와 가까운 것으로 아는데 그렇게 비난해도 됩니까. 아직 영향력도 클 텐데?

"아무리 가까워도 하는 일이 마땅치 않으면 욕을 하는 거지. 사마란치에게는 중립만 지켜달라고 이야기 해두었소. 로게를 민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소."

_IOC위원이 되면 명예도 대단하지만 그 명예에 따르는 특전이 대단하지요? 일반인들은 그런 특전이 부패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요? IOC위원이 너무 귀족적이라는 비난도 있고요.

"모두가 성자는 아니니 부패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명예에 따르는 특전을 부패로 연결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오? 귀족적이라는 건 위원 가운데 정말 귀족이 많아서 그럴 거요.

지금도 영국의 앤 공주 등 10여명이 귀족인데 예전에는 위원 50명중 20명이 귀족이었소. IOC가 아니었어도 개인적 위상이 높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_당선이 되면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국가에는 어떤 득이 있습니까?

"내 입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세계에 몇 안 되는 국제기구의 수장에 한국사람이 오르면 아무래도 국가에 이득이 되지 않겠소.

또 아시아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데 앞으로 100면 이내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거요.

나만해도 20년이나 IOC위원을 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왔는데 앞으로 또 누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겠소."

_그렇게 중요한 기회인데 국가나 국민이 김 위원장의 당선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누구는 박세리나 박찬호의 경기보다 국민이 더 신경을 써야 할 게 김 위원장의 출마라고 그러고 유엔총회 의장국이 되는 것보다 IOC위원장을 보유하는 나라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사마란치가 출마했을 때는 스페인 국왕이 대사도 시키고 장관도 시키는 등 지원을 많이 했다고 하지요.

그런 것과 비교해 나는 국가지원을 받지 않으니 나의 출마를 두고 '외로운 도전'이니 그러는데 꼭 그런 건 아니오. 정신적으로 나를 성원하는 사람이 많소.

길거리에서 나를 보고 쫓아와 격려해주는 시민도 많아 꼭 당선돼야겠다고 생각하지요."

_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겁니까. 비용도 꽤 들겠지요?

"여행도 많이 해야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전화 팩스 등 돈들이 많은데 모금을 못하게 하니 어렵긴 한데 세계태권도연맹, 국제경기연맹, KOC 등의 조직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소."

●IOC위원장 선거 출마자

김용운(70ㆍ한국ㆍIOC집행위원)

자크 로게(59ㆍ벨기에ㆍIOC집행위원)

리처드 파운드(59ㆍ캐나다ㆍ세계반도핑기구회장)

아니타 디프란츠(49ㆍ미국ㆍIOC 여성스포츠분과위원장)

팔 슈미트(59ㆍ헝가리ㆍIOC부위원장)

선출방법

IOC위원장은 투표참가 IOC위원의 과반수 이상 지지를 얻은 사람이 선출된다. 현재 IOC위원은 79개국 출신의 123명으로 후보 본인과 후보자와 같은 국가 출신 위원은 투표권이 없다.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소득표자를 제외하고 결선투표를 계속 한다.

김운용 위원장 주요 경력(스포츠 관련)

IOC위원(1986~현재)

IOC부위원장(1992~1996)

국제경기연맹회장(1986~현재)

세계태권도연맹총재(1986~현재)

서울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1988)

편집국 부국장

so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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