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 이형택이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 베리존첼린지 대회에서 테니스 스타 마이클 창을 격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손을 번쩍 치켜든 그의 유니폼에는 삼성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바로 다음날인 27일 한국축구대표팀은 이집트 4개국 초청축구대회에서 2년 연속우승의 낭보를 전해왔다. 수상트로피의 이름은 'LG컵'.
재계의 맞수인 삼성과 LG가 스포츠마케팅에서 잇따라 쾌거를 올리며, 주거니 받거니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스포츠마케팅 시장은 삼성의 독주체제. 대우ㆍ현대의 몰락으로 삼성은 야구 축구 농구 등 국내 프로경기의 스폰서를 도맡다시피했고, 우승컵은 거의 예외없이 '삼성 ○○배(杯)' 였다.
골프의 박세리와 강욱순, 마라톤의 이봉주, 이형택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스포츠 스타들도 거의 삼성 소속으로, 최근 박세리의 LPGA 10승과 이봉주의 보스톤마라톤 우승, 이형택의 승전보가 이어지면서 삼성의 스포츠마케팅은 절정에 달해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세계권위의 '삼성네이션스컵 승마대회' 공식스폰서계약도 체결했다.
이재용(李在鎔) 상무보가 강한 애착을 보이는데다, 선진국에선 역사깊은 귀족스포츠여서 기업이미지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LG의 도전도 만만치않다. LG전자는 97년부터 LG컵 국제축구대회를 후원, 전세계 중계방송을 통해 LG 브랜드를 알려온데 이어 올해엔 박찬호의 LA다저스 홈구장에 투구때마다 LG로고가 소개되는 광고판을 설치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요정인 남나리의 후원도 맡고 있으며, 국내는 아니지만 2002년 월드컵 남미예선 공식스폰서 계약도 맺었다.
언뜻보면 양 재벌의 스포츠 마케팅엔 상업적 고려도 가미돼있다. 예컨대 삼성이 이봉주에게 지원하는 돈은 연간 1억원 남짓하지만, 보스톤 대회 우승으로 얻은 광고효과가 1억달러(1,3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이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는 셈이다.
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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