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고위 대표단이 2일과 3일 이틀 동안 평양을 방문한다. EU의 순번제 의장국인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가 이끄는 대표단 방북에는 EU국가들의 한반도 평화중재 의지가 실려 있다.이에 따라 교착상태를 보이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될지가 크게 주목된다.
페르손 총리는 북한을 방문하는 첫 서방 정부 수반이다. 스웨덴은 비록 중립국으로 미ㆍ서유럽 동맹 나토(NATO)의 비회원국이지만, 페르손 총리의 방북은 서방이 오래 유지한 북한 봉쇄의 틀을 일부 허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특히 미국의 부시 새 행정부 출범이후 한반도 평화 과정이 동결된 상태에서 미국의 협력 파트너이자 경쟁 세력인 EU가 독자 행동에 나서는 것이 어떤 파급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EU의 공식 입장은 EU도 한반도 평화정착에 이해관계가 있고, 대표단 방북도 남북 화해를 꾸준히 지원해 온 노력의 일환이란 것이다.
EU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저지 등 국제안보적 이해와 함께, 북한의 경제구조 개혁 유도와 교역 확대 등 현실적 이해관계를 들고 있다.
또 이런 노력은 한반도 평화 과정의 주역인 한국 및 미국과 긴밀한 협조아래 추진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적극적 대북 접근과 평화 중재 움직임에는 미국과 이익을 다투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단적으로,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미국이 강요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명분을 삭감하려는 의도가 지적된다.
EU가 북한과 관계를 확대해 당장 경제적 실리를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EU의 궁극적 목표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U국가들이 잇따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도 이런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EU의 외교적 이니셔티브는 우리 정부의 남북화해 지원 요청에 호응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 또한 미국의 압박에 맞서 개방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유럽국가들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표단과 함께 한국 언론을 비롯한 대규모 취재진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평가된다.
그러나 남북한과 EU의 이런 '공조'(共助)가 한반도 평화과정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섣불리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EU의 영향력은 그 이해만큼이나 제한적이다. 북한도 EU의 '지원 보따리'에 상응한 양보를 하겠지만, 대결과 협상의 주된 상대는 미국임을 잊을 리 없다.
특히 우리로서는 한반도 평화게임이 복잡해지는 상황은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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