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나 연말, 설 등을 앞두고 각 신문에는 두 종류의 사진이 나란히 실리는 경우가 많다. '대목'을 앞둔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모습이다.백화점은 고객들로 붐비는 반면, 재래시장은 써늘하기만 하다. 사진설명도 몇년째 비슷하다. 백화점은 예년에 비해 매출이 몇% 늘었지만, 재래시장은 갈수록 불황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뭔가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 재래시장이 마침내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물 갔다'는 인식을 씻어내고 전통이 살아 숨쉬는 저자거리로서의 위치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재래시장의 대표격인 남대문시장의 적극적인 홍보작전은 이런 측면에서 우선 주목된다.
남대문시장 4,500여점포 상인들은 광고 대행사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광고에 나섰다. 점포 당 일정액을 거두고 여기에 시장측의 홍보 비를 더해 올해 사용할 6억원을 확보했다.
■서울시의 계획도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각 구별로 재래시장 한 곳을 '중점육성시장'으로 선정해 각종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시 예산으로 재개발 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가격 정찰제와 신용카드 사용도 도입된다. 한마디로 현대화하겠다는 것인데, 다만 우려되는 것은 재래시장의 현대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장소로 변질되어 또다시 외면 받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재래시장은 재래시장다워야 사람이 몰린다.
■얼마 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조사한 '주부들이 쇼핑하고 싶은 해외 도시'에 서울이 7위였다.
1위 파리, 2위 홍콩, 3위 하와이 등의 순서였다. 서울을 찾겠다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남대문 동대문 등 시장 둘러보기가 즐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장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싶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그래서 내외국인 모두에게 사랑 받는 시장, 그것이 재래시장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남대문시장의 광고도 이런 면에 치중해야 하지 않을까.
/ 이상호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