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땐 긴 치마와 무채색이 유행한다'는 패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최근 백화점과 유명 재래시장에서 빨강 노랑 녹색 등의 화사한 색깔의 옷과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 미니 스커트가 인기다. 우울한 경기지표와 달리 치마 길이는 지난 해보다 오히려 짧아지고 색깔도 화려해졌다.
60년대 미니스커트가 유행한 뒤 '호경기=미니스커트, 화려한 색 유행'이라는 공식이 일반화해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와 90년대 초반엔 미니스커트가, IMF 이후에는 긴 치마와 검은 색ㆍ회색이 유행했다. 최근 경기가 침체된 일본도 10년동안 검은색이 가장 유행색이었다.
현대백화점 여성의류 판매사원 허영미(29)씨는 "지난해 무릎~정강이 선이었던 치마 길이가 최근 무릎선의 샤넬라인과 무릎 위 20㎝ 이상 올라오는 마이크로 미니 스커트, 핫팬츠로 바뀌었다"며 "미니 스커트 정장이 3일에 1개 이상씩 팔리는 등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 홍보팀 추은영씨는 "지난해에 반바지도 무릎 선 아래였으나 올해는 허벅지를 다 내놓는 핫팬츠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을 겨냥한 브랜드 '비키' 등을 판매하는 신원 명동 직영점 주임 이다영(31)씨는 "지난해에 비해 녹색, 주황색 등 화려한 색의 비중이 커지고 미니 스커트의 종류도 많아져 무릎 위 14인치(35㎝) 길이로 가장 짧은 마이크로 미니 스커트의 출시 비중은 약 6%인데 판매량은 10~20%선에 달한다"고 말했다.
밀리오레 등 유명 재래시장에서도 연두, 주황색 등의 화려한 색깔과 큰 꽃무늬가 유행이다. 바지도 발목이 보이는 9부 길이가 가장 길 정도다.
패션전문가인 LG상사 서영주(31) 대리는 "IMF 이후 움츠러들었던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의 나쁜 경제상황보다는 전세계적인 유행경향을 따르는 감성적인 소비를 하기 때문"이라며 "그늘진 경기를 타개하려는 '희망'도 담겨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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